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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로코'보다 '복수' 선호하게된 이유는?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2-10-28 16:32 | 최종수정 2012-11-04 09:38


사진제공=SBS

'복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사부를 죽인 원수를 찾아 복수하는 천편일률적인 내용의 홍콩 쿵푸 영화가 비디오 대여시장을 장악하던 시절이 있었다. 리샤오룽(이소룡)이나 청룽(성룡)은 그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다.

이처럼 복수극은 쿵푸 영화에나 나오는 소재라고 인식되던 때도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잔잔한 가족극이나 로맨틱 코미디를 선호하는 안방극장까지 이렇게 복수극으로 물들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SBS '아내의 유혹'이 터를 닦고 SBS '추적자'가 완성한 복수극은 이제 드라마 소재의 대세가 됐다.

SBS주말극 '다섯손가락'에서는 유지훈(주지훈)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아내의 유혹'의 김순옥 작가가 집필을 맡은 '다섯손가락'은 마치 업그레이드된 신애리를 연상시키는 채영랑(채시라)과 '남성판 구은재' 유지훈의 대립이 볼만하다.

MBC주말극 '메이퀸'도 복수가 주요 소재다. 악행을 일삼는 장도현(이덕화) 회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창희(재희)는 "악마와 손을 잡더라도 내가 악마가 되어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겠다"며 복수를 차근차근 준비중이다.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는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 남자)에서도 강마루(송중기)는 서은기(문채원)을 활용해 자신을 배신한 한재희(박시연)에게 복수 카드를 집어 들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로 흥행 참패를 맛본 이경희 작가는 칼을 간듯 빠른 전개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국장은 요즘 '돈안되는 사극이나 로맨틱 코미디는 절대 편성 안해준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때문에 제작사들도 평범한 로맨틱코미디보다 '좀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자극적인 것에 '복수'만큼 각광받는 소재도 드물다. 시청자들 역시 멜로와 엮인 복수극에는 유난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복수를 소재로한 드라마가 자주 등장하는 것.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러가지 사건 사고로 인해 공권력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지면서 복수극을 더 현실감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약자에게 감정을 이입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주는 복수극의 인기는 요즘 시청자들이 얼마나 사회를 불공평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너무 자극적인 설정에 함몰돼 리얼리티를 무시하게 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또 시청자들이나 제작자들이 자극에 무뎌져 드라마 시장 전체를 더 자극적으로 만들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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