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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병을 앓고 있는 순이(박보영)는 요양 차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리고 이사 온 날 밤, 집 헛간에 있던 무언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무언가는 바로 의문의 늑대 소년. 비슷한 또래의 남자 아이같은데 어째 행동하는 게 딱 한 마리의 늑대 같다. 순이네 가족은 이 소년을 철수(송중기)라 부르며 고아원 등으로 보내지기 전까지 돌봐주기로 한다. 훈육은 전적으로 순이의 몫. 병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던 순이였지만 철수를 만나고 순이는 생기를 찾는다. 그리고 철수는 그렇게 처음으로 자신을 돌봐 준 소녀 순이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된다. 마치 한 마리의 새끼 오리처럼. 그리고 모든 일이 그렇듯이 불행은 가장 행복할 때에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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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순간에 확 진지하고 심각해지는데 그게 어색하지가 않다. 정말 뻔하디 뻔한, 새로울 거 하나 없는 이야기지만 <늑대소년>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등장인물들을 그에 맞춰서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모자라고 어색한 CG에서 실소가 터진다기 보다는 그저 스크린에 집중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CG나 특수분장이 없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철수와 순이 두 사람이 공유하는 감정선은 절절하지만, 그게 또 남녀 간의 그 애절한 멜로는 또 아니다. 특히 순이를 향한 늑대 소년 철수의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세상 그 전부, 모든 것'의 의미가 더 강하다. 그래서 영화 <늑대소년>은 <트와일라잇>이 아니라 <가위손> 쪽이다. 196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한, 굉장히 목가적이고 한국적인 <가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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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육성 비명이 연발했던 <늑대의 유혹>의 명장면, 우산 에서 쓰윽 얼굴을 내밀던 강동원씨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말간 얼굴로 클로즈업되는 동원님의 그 은혜로운 비주얼이란. 그 때 여성 관객들이 그렇게 설레어 하고 술렁거리던 그 느낌을 영화 <늑대소년>의 철수, 송중기씨를 보면서도 비슷하게 받았다. 송중기씨는 이제 <착한남자>에 이어 <늑대소년>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정말 확실한 대세가 될 것 같은 촉이 왔다. 끙끙 앓고 있지는 않지만 영민한 배우라는 건 100% 진심으로 인정. <토오루 객원기자, 暎芽(http://jolacandy.blog.me)>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