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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3주 만에 월화극 1위, 대역전극의 힘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10-17 16:09 | 최종수정 2012-10-18 15:57


사진캡처=MBC

MBC '마의'가 대역전극을 펼쳤다. 방송 3주 만에 드디어 월화극 정상에 올랐다. 16일 방송된 '마의' 6회의 시청률은 12.9%(AGB닐슨, 전국기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당장의 큰 시름은 덜었다.

'마의'는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가 '동이'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조선 후기 말을 고치는 수의사인 마의에서 출발해 왕을 고치는 어의의 자리에 오른 실존인물 백광현의 일대기를 그린다. '허준'과 '대장금'을 잇는 세번째 한방 의학 드라마로 불리며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KBS2 '울랄라부부'에 첫 방송부터 뒤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아역 분량이 방송되던 2주간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던 '마의'는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부터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드라마 초반 아역들이 인기를 끌다가 성인으로 바뀔 때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시청률이 정체되곤 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아역 분량에선 주인공인 백광현(조승우)과 강지녕(이요원)의 뒤바뀐 출생과 어린 시절의 인연, 그리고 이들의 아버지인 강도준(전노민)과 이명환(손창민)의 악연, 소현세자의 죽음에 얽힌 비밀 등을 숨가쁘게 그려냈다. '마의'의 한 관계자는 "주인공들의 아버지대로부터 이어지는 악연을 그려내는 데 힘을 줬는데 여러 가지 내용이 한꺼번에 펼쳐지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버거움을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인 연기자들로의 바통 터치는 성공적이었다. 특히 주인공 백광현을 연기하는 조승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데뷔 후 뮤지컬과 영화에만 출연했던 조승우의 첫 드라마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런 기대에 걸맞는 조승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힘을 발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진지한 이미지가 강했던 조승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극에 쏠쏠한 재미를 줬다. 왜인마을에서 위기에 처한 강지녕과 숙휘공주(김소은)를 구해준 후 숙휘공주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당신이 공주면 나는 영의정 아들이다"라고 코웃음을 치기도 했고, 이후 숙휘공주의 명령으로 금군에게 끌려갈 때는 억울한 심정을 기가 막힌 표정 연기로 펼쳐냈다. 같은 목장에서 일하는 자봉(안상태)과 주고받는 코믹한 대사들도 '콤비' 활약을 예감케 했다. 왜인들에게 쫓기던 긴박한 순간을 떠올리며 웃음 짓는 백광현과 강지녕, 숙휘공주의 모습에서 세 사람의 러브라인도 엿볼 수 있었다.

마의로서 동물을 정성껏 보살피는 백광현의 모습은 기존 사극이나 의학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면이었다. 조승우는 실제로 고양이 4마리와 강아지 2마리를 키우고 있는 동물애호가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조승우가 촬영장에서 동물을 틈틈이 돌보고 쓰다듬어주면서 친해지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더라"며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드라마에도 그대로 담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들의 연기력도 단연 발군이다. 투견장에서 목덜미를 다친 개는 축 늘어져 낑낑대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고, 성인 몸집의 몇 배나 되는 말이 바닥에 드러누워 고통 속에 헐떡이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충치 때문에 물 한 모금 못 먹었던 숙휘공주의 고양이가 백광현이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자 몇 번이나 물그릇을 밀어내다가, "착하지? 입에 대봐"라며 달래주는 백광현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앞발로 물 온도를 체크한 뒤에 홀짝이며 마시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실감나는 동물들의 연기는 수의사인 주인공의 캐릭터를 한껏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극에 색다른 재미를 보탰다.

SBS '신의'와 '대풍수' 같은 퓨전 사극의 부진과 맞물려, 오랜만에 정통사극이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춘추와 김유신의 삼한통일을 그린 KBS1 '대왕의 꿈'도 동시간대 MBC '메이퀸'의 독주에 맞서 13%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병훈 PD의 작품은 권선징악이 뚜렷하다. 내용 전개가 식상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역사 주변부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그려낸 것이 또 한번 시청자들에게 먹혀든 것 같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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