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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기에는 복고가 유행한다는 말이 있다.
복고 열풍의 이면에는 주로 10~20대를 타깃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문화 콘텐츠에서 소외됐던 30~40대들의 '재등장'도 숨어 있다. 최근 동양증권에선 '불황, 소비 그리고 레트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불황형 소비라는 개념과 관련, 복고 관련주를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게임계에서도 복고 바람이 거세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모바일 게임의 수요층이 중고생에서 직장인으로 확대되는가 하면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나 '라인'은 지인들과 협동 혹은 경쟁을 하면서 네트워크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예전 오락실이나 오프라인 등에서 즐기던 게임들이 PC나 스마트폰으로 쏙쏙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이미 검증된 IP인데다 손쉽게 변환을 시킬 수 있어 게임사들로서도 적극 반기는 분위기. 하지만 이런 트렌드에는 불황으로 인해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 힘든 게임사들의 고육책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신규 게임이 좀처럼 관심을 받기 어려운 부작용도 담겨 있다.
12년전 '디아블로2'가 출시됐을 때 300만장이 팔렸는데 이 때 형성된 유저층들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가져왔다. 국내 최대 동접자수만 43만명을 기록하고 PC방 점유율이 40%에 육박, 거의 매일 서버 접속 오류가 발생할 정도여서 일종의 '디아블로 신드롬'으로 불렸다. 경제력을 갖춘 30~40대의 파급력이 얼만큼 큰 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됐다.
한국 최초의 보드게임으로 불리는 '부루마블'에서 착안한 온라인 보드게임 '모두의마블'은 올해 나온 웹게임 가운데 단연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게임트릭스 기준 PC방 점유율에서 17일 현재 1.62%로 전체 장르에서 11위에 올라 있다.
'부루마블'과 마찬가지로 전세계 도시의 건물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이 향수와 재미를 10~20분 내에 쉽고 빠르게 느낄 수 있도록 구현돼 있다. 4명이 즐길 수 있는 개인전을 기반으로 2명씩 팀을 이룬 팀전도 가능하다. 주사위를 던지고 클릭해 건물을 사고파는 판단만 하면 된다. 이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넷마블 관계자는 "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을 지는 몰랐다. 누구나 오프라인에서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게임의 재미를 쉽고 빠르게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거 오락실에서 즐겼던 '마계촌'도 온라인 게임인 '마계촌 온라인'으로 부활을 준비중이다. 올 4분기 중에 3차 비공개테스트를 더 거친 후 연내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3월 진행된 2차 비공개테스트 참가자 모집에 무려 15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몰리기도 했다.
90년대 '로리타 열풍'을 일으켰던 PC 패키지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도 온라인으로 변환하고 있다. 이용자가 주인공 캐릭터의 아버지가 돼서 딸을 키운다는 콘셉트로 육성 게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엠게임은 '프린세스 메이커'를 소셜네트워크게임(SNG), 그리고 웹게임 등 2가지 버전으로 개발중이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를 즐겨하던 현재 30~40대에게 상당한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는 '애니팡', '캔디팡' 등 이른바 '팡류 게임'이다. 이들 게임은 팝캡게임즈의 '비쥬얼드', '헥사' 등에서 시작된 방식과 큰 차이는 없는 전형적인 복고 게임이다. '익숙함'이라는 기반에 조금씩의 차별성을 주고 있다. '애니팡'은 39일만에, 그리고 '캔디팡'은 20일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국민게임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애니팡'의 경우 하루 매출만 2억~3억원에 이르고, 이용자만 하루 100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카카오톡이라는 대중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을 활용해 지인들과 은근한 경쟁을 즐기면서도 게임을 바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보내는 '관계 지향적'인 기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게임 전문가들은 "복고 게임을 통해 유저들은 향수를 느끼고, 게임사들은 안정된 수익기반을 가져가고 있다"며 "대규모 신규 투자가 쉽지 않은 현실과 더불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의 대중화로 인해 복고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