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국제가수' 싸이, 'B급 문화'로 세계정복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2-09-25 22:04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가수 싸이가 25일 서울라마다 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남스타일'은 뮤직비디오 공개이후 66일 만에 유투브 조회수 2억건을 돌파했고, 21일에는 빌보드 HOT 100차트 11위에 오르며 미국에 진출한 한국가수의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특히 포인트 안무인 말춤은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하기 쉽고 신나는 춤으로 많은 세계인들이 'OO스타일'이라는 패러디 물을 제작하면서 열풍에 불을 지폈다.
기자회견을 마친 가수 싸이가 말춤을 추며 퇴장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난 태생이 B급이다!"

'국제 가수' 싸이가 'B급 문화'로 세계를 정복했다.

25일 서울 라마다 호텔에서 싸이의 귀국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3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는데 이 중에는 미국 BBC, NBC를 비롯한 북미권 및 유럽권 매체와 일본 NHK 등 아시아권 매체까지 70여 개의 해외 매체까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체크 무늬 상의에 검은색 배기 팬츠와 운동화를 매치한 특유의 '막정장' 스타일로 등장한 싸이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영어권 매체의 질문에는 자연스러운 영어로 대답하면서도 "미국에서 영어를 한 게 대학 재학 4년 정도라 요즘에 영어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스토리를 알고 있는 영화를 자막을 지운채 많이 봤던게 도움이 많이 됐다. 사실 버클리 음대 재학 시절 출석을 한게 5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총장님이 보자고 하셨다던데 그래도 될 지 모르겠다"고 눙쳐 주변을 폭소케 했다. 쉬지 않고 쏟아지는 질문 공세가 끝난 뒤에는 무반주로 '말춤'을 추며 퇴장하기도 했다.

자신은 "데뷔 12년 만에 전성기가 왔다. 예전에도 항상 그대가 전성기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말도 안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서 아직 얼떨떨하다. 솔직히 미국에서의 인기 비결은 나도 잘 모르겠다.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노림수도 없었다. 가사의 소통이 전혀 없음에도 무대에서 공감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지만, 싸이가 세운 기록은 대단했다.

정규 6집 파트1 '싸이6甲'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미국을 비롯한 30여 개국 아이튠즈 '톱 송즈' 차트 1위를 거머쥔데 이어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100 차트에서 11위를 차지하는 등 수많은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뮤직비디오 역시 한국 가수 최초로 유튜브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최단 기간에 2억 5000만 조회수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영상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까지 했다. 또 NBC '투데이쇼' '엘런 제너러스쇼' 등 현지 유명 토크쇼에 출연하며 '강남스타일'을 전파, 수 백개의 패러디 영상이 제작되고 티페인 톰크루즈 등 유명 스타들까지 관심을 보였다. 이에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주요 매체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B급 유머 코드'다. 싸이는 "모든 코드가 웃겨서 시작된 일인 것 같다. 나와 계약을 체결한 스쿠터 브라운도 '정말 웃긴다'는 친구의 소개로 유튜브에서 내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를 발견했다. 외국 음반 관게자들에게 '왜 순위가 계속 올라가는 것 같냐'고 물었더니 영화 '오스틴 파워' 같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오스틴 파워'는 미국식 'B급 유머'를 전면에 담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아슬아슬한 수위의 '19금' 코드와 엽기적인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다. 현지 관계자들도 "이제까지의 K-POP 가수 한 팀을 다 합친게 싸이 몸"라고 말할 정도로 육덕진 몸매와 비주얼을 갖춘 그와 유쾌한 댄스에 호응을 보냈다는 것. 싸이는 "내 태생이 B급이다. 그런걸 만들고 할 때 소스라치게 좋다. B급은 내가 갖고 태어난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싸이식 '뻔뻔함'도 한 몫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겸손함을 미덕이라고 하지만, 미국은 문화가 다르다. 오히려 막 지르는걸 좋아하더라"는 설명. 뻔뻔함은 통역 없이 영어를 구사하며 생방송을 소화할 수 있는 원천이 됐고, 현지 스타들과의 친분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싸이는 "스쿠터 브라운도 미국에서 흥행할 수 있는 내 강점으로 꼽은게 스타들을 봐도 주눅들거나 선망하는 표정이 없어서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앞으로 음악 외에 주류 문화를 널리 알릴 생각이다. 그들은 폭탄주와 제조 퍼포먼스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 나와 술먹으면 재밌다는 소문은 났다고 하니 앞으로도 놀랄 소식 전해드리겠다"며 웃었다. 이어 "12년 동안 한국에서 가수로서 무대에 선 상태에서 얻게된 기회다. 대중으로부터 용서 받지 못했다면 오늘의 기회도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많이 힘들었다. 외롭고 집에 가고 싶고 피곤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응원 댓글을 보고 힘을 냈다. 사실 브리트니 스피어스 깜짝 카메라나 '투데이쇼' 생방송은 떨렸다. 그렇지만 응원들이 내가 좀 더 당당하고 뻔뻔할 수 있게 도와줬다. 항상 감사하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싸이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약 2주간 한국에 머물며 대학 축제, 행사 등 스케줄을 소화한 뒤 다시 미국에 건너가 11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 아직 앨범의 형태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진 않았지만, 유니버설 측에서 "한국어로 노래하는 모습을 어느 정도 지켰으면 좋겠다"고 제안, 기존 발표곡들로 앨범을 만드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어 영어로 된 두번째 싱글 앨범을 발표한다. 유럽 및 오세아니아에도 진출한다.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스쿠터 브라운 프로젝트와 음반 유통을 맡은 유니버설 리퍼블릭 측이 미국과 유럽 중 어느 곳에 집중할 것인지를 두고 협의 중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다. 빌보드 핫100차트 10위권 진입에도 도전한다. 싸이는 "사람이다보니 욕심이 생기더라. 만약 빌보드에서 1위를 한다면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에 무대를 설치하고 상의를 탈의한 채 '강남스타일'을 부르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부담감'이 바로 그 것. '강남스타일'이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다 보니, 도덕적인 차원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구속이 생겼다. 스스로도 "내가 싫어하는 단어가 모범이다. 내 직업은 광대다. 즐거움을 드리면 그만이지 모범이어야 하나. 그리고 청소년 교육은 교육자와 부모님이 해주셔야 하는게 아닌가란 생각을 강하게 갖고 살았고, 아무도 나한테 도덕이나 모범을 원하지 않았다. 항상 '싸이'와 '박재상'의 고민이다. 소위 말해 노래 하나 떴다고 갑자기 올바르게 사는 것도 이상하다. 그런게 음악으로 전이될까 봐 걱정도 된다"고 말한다.

후속곡에 대한 부담도 있다.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앞으로 발표할 음악이 중요하기 때문. 그는 "사람이니까 욕심은 있다. 그러나 음악은 쥐어짠다고 나오는게 아니다. 기존 곡들 중에 후속곡을 낼 수도 있겠고, 새로운 곡이 될 수도 있고. 혼자 부를지 누구랑 같이 부를지도 협의 중이다. 미국인들은 '챔피언'을 선호하는데 그럴려면 후렴구 가사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강남스타일' 외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적 없어 부담감이 생갭다 크진 않다. 오히려 한국에서 다음 노래 낼 때가 정말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싸이는 "초심으로 돌아간 작품이 잘 돼 뿌듯하고 기분 좋다. 음악성으로 승부할 자신이 있느냐고들 하는데 자신은 있지도 없지도 않다. 내 음악은 내 음악인게 티가 난다. 한계성이 있을 수 있겠으나 색채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그건 크게 걱정하거나 위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로 인해 다른 선후배님들의 도전이 폄하되거나 비하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결과가 어쨌건 K-POP 가수들의 도전이 계속되면서 K-POP이 커다란 브랜드가 됐고, 그 상태에서 내 뮤직비디오가 얹혀간 거다. 누군가의 도전이 나로 인해 폄하되는건 안타깝다. 도전은 다 아름답다"고 당부했다.


배철 기자 iron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