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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인 2역 '원맨쇼' 이병헌 "난 하이 코미디다"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09-05 17:44 | 최종수정 2012-09-06 09:25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 이병헌이 5일 삼청동에서 포즈를 취했다. 오는 19일 개봉 예정인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이병헌 분)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병헌 분)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역사에서 사라진 15일 간을 그린 영화.
삼청동=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05/

배우 이병헌(42)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돌아온다. 지난 3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처음 공개됐다. '월드스타'의 연기는 달랐다. 데뷔 후 첫 사극 도전이지만, 이병헌의 연기는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거렸다. 왕과 천민을 오가며 1인 2역을 연기해 '원맨쇼'를 보여줬다.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등 뒤를 탄탄하게 받쳐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역시 이병헌이 가장 돋보였다. 그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영화"라고 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 이병헌이 5일 삼청동에서 포즈를 취했다. 오는 19일 개봉 예정인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이병헌 분)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병헌 분)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역사에서 사라진 15일 간을 그린 영화.
삼청동=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05/
"이민정과 결혼은…"

이병헌은 최근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달 19일 배우 이민정(30)과의 열애 사실을 당당하게 공개한 것. 그는 이민정과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놨다. 다만 조건을 붙였다. "자꾸 이쪽 얘기가 화제가 되니 밤을 새면서 영화를 만들고 홍보에 애쓰고 있는 몇 백명의 사람들한테 미안해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킹왕짱'이라고 꼭 해주세요."

이민정은 이병헌을 '오빠'라 부르고, 이병헌은 이민정의 이름을 부른다고 했다. 그는 이민정의 매력에 대해 "현명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대중이 가장 궁금했던 건 역시 두 사람의 결혼 계획. 국내를 대표하는 톱스타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두 사람은 혼기가 꽉 찼다.

"열애설 얘기가 나오면 벌써 소문으로는 우리가 곧 결혼 할 거 같이 얘기가 퍼지더라고요. 마치 우리가 결혼한 지 10년된 부부 같은 느낌이 드나봐요. 관심이라고 생각하면 좋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것 때문에 우리까지 어색해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결혼설이 나왔던 건 너무 앞서가는 추측이었어요."

이어 "열애 사실이 이미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이제 숨길 게 없어요"라고 말했다. "서로가 그런 모든 것들에서 좋은 방향으로 가면 가장 먼저 발표를 하겠죠. 우리가 발표를 할 때까지 좀 기다리주셨으면 좋겠어요."

할리우드 영화 '레드2'의 해외 촬영 때문에 오는 10일 출국해 한동안 이민정과 떨어져지내야 하는 그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죠. 감수해야죠"라며 웃어 보였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 이병헌이 5일 삼청동에서 포즈를 취했다. 오는 19일 개봉 예정인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이병헌 분)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병헌 분)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역사에서 사라진 15일 간을 그린 영화.
삼청동=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05/

"난 알고보면 정말 웃긴 사람"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통점이 있다면 진지하고 심각한 느낌의 역할을 맡았다는 것.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선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매화틀(임금이 사용하던 이동식 변기)에 앉아 '뿌지직'이란 리얼한 소리와 함께 지켜보는 궁녀들을 향해 "다가오지 말라"고 말해 배꼽을 잡게 한다. 또 가만히 있는 대들보에 머리를 부딪히는 '몸개그'도 선보인다.

이 모든 게 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이병헌은 "심각하고 어려운 영화에선 자잘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애드리브를 하기 힘들다. 하지만 코믹적인 요소가 있는 영화에선 아이디어를 내거나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폭이 넓다"고 했다.

그렇다면 평소 이병헌에게도 이런 코믹한 면이 있을까? "평소에도 코믹한 면이 '좀' 있냐?"고 했더니 "아니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약 3초 뒤 "'많이' 있어요"라고 했다.

"제가 생각하기엔 제 자신이 '하이 코미디'라고 생각하거든요. 주변에선 썰렁하다고 할 때가 있는데 사람들이 아직 못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웃긴데 '아우, 썰렁해'라고 하거든요. 뜻을 생각해 보면 굉장히 웃긴데…."

이병헌이 진지한 표정과 특유의 중후한 음색으로 이런 말을 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는 "밝음과 유쾌함이 내 베이스인데 어쩌다 보니 심각한 영화들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 이병헌이 5일 삼청동에서 포즈를 취했다. 오는 19일 개봉 예정인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이병헌 분)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병헌 분)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역사에서 사라진 15일 간을 그린 영화.
삼청동=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05/
월드스타 이병헌의 할리우드 생활은?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의 입지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09년 개봉한 '지아이조'를 통해 계기를 마련했다. '지아이조2'는 내년 초 개봉 예정이다.

그의 할리우드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이병헌은 "미국에선 의기소침하게 조용하게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괜히 말을 걸었다가 그쪽 말을 못 알아들을까봐 그래요.(웃음) 먼저 말을 걸었다가 상대방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알아듣는 척 어색하게 웃고 있는 상황이 싫어요. 그래서 '에이, 말을 말자' 싶었죠. 그래도 '지아이조' 1편 때보단 2편 때 좀 친해졌어요. 스태프들에게 절 한국말로 '형',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기도 하고요."

그는 현재 할리우드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아무도 못 알아봐요. 길거리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요. 업계에선 동양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얼마나 티켓파워가 있느냐를 보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인지를 보는 거죠. '지아이조' 1편 때 감독도 저의 영화나 연기를 보고 캐스팅한 게 아니라 제 도쿄돔 팬미팅 영상을 보고 캐스팅했거든요. 그런 점은 놀랍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해요."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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