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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숨은 고민, "한 우물 팔까 말까?"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08-29 12:35 | 최종수정 2012-08-30 13:51


배우 하정우.

"한 우물 팔까 말까?"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기회비용을 생각한다. 어떤 일을 했을 때 내가 얻게 되는 게 뭔지, 하지 않았을 때 잃게 되는 게 뭔지 따져본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하는 게 나을까, 드라마를 하는 게 나을까. 배우들의 숨은 고민 중 하나다. 영화와 드라마는 같은 듯하지만 배우 입장에선 워낙 다른 두 장르이기 때문.

드라마는 속도전이다. 촬영 일정이 빡빡하고 모든 것이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대신에 대중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영화에 비해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영화는 지구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드라마에 비해 촬영 스케줄에도 여유가 있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선 시간을 두고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영화와 드라마가 워낙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탓에 경우에 따라 한쪽을 포기하고 한 우물만 파는 배우들이 있다.

한 여배우는 "드라마 촬영이 너무 힘들다. 정말 정신없이 돌아간다. 내가 제대로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를 때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드라마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의 경력을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이유 외에도 드라마 대신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여러 까닭이 있을 터. 한 배우는 "굳이 '영화만 하겠다'는 것은 아닌데 스케줄이 그렇게 된다. 영화 스케줄에 맞춰서 생활을 하다보면 다음에 하게 되는 것도 영화일 때가 많다"고 전했다.

하정우 최민식 이정재 김혜수 등이 한 우물만 파는 케이스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러브픽션', '577 프로젝트' 등 올해에만 3편의 개봉 영화에 출연한 하정우는 영화 '베를린'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주연을 맡았던 최민식도 '신세계', '명량-회오리바다' 등의 영화 출연을 앞두고 있다. '도둑들'에 함께 출연했던 이정재와 김혜수는 영화 '관상'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다.


반대로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배우들도 있다. '건축학개론'에 출연했던 수지는 드라마 '빅'에 얼굴을 비추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본업인 미쓰에이 활동에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까지 더하면 1인 4역인 셈이다. 진정한 '멀티플레이어'의 대표적인 예다. 또 '후궁: 제왕의 첩'에 출연했던 조여정은 드라마 '해운대 여인들'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조여정과 호흡을 맞추는 김강우는 올해 임상수 감독의 영화 '돈의 맛'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영화와 드라마를 병행할 경우 전혀 새로운 느낌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배우들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뭘까?

차기작을 두고 고민 중인 한 배우의 매니저는 "드라마를 할지 영화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드라마를 해서 인지도를 올릴지, 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탄탄하게 다질지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작품이 좋다면, 또 함께 출연하는 배우가 훌륭하다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장르를 떠나 시간을 투자하고 열정을 불태울 만한 작품인지 아닌지가 결국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 모두 사람이 하는 일. 변수가 많기 때문에 손익을 정확히 따져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할 순 없다.

매니지먼트 업계 관계자는 "한 우물을 파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딱 잘라서 얘기하긴 힘들다. 배우가 처한 상황이나 출연을 앞둔 작품에 따라 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 더 깊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배우 최민식.

배우 조여정.

미쓰에이 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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