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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는 한국 게임에 기회!' 유럽 최대 게임쇼를 가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2-08-19 00:05 | 최종수정 2012-08-19 00:25





◇'게임스컴 2012'에서 엔씨소프트는 부스를 설치하고 오는 28일 유럽과 북미에 동시 출시되는 '길드워2'를 홍보했다.



◇'게임스컴 2012'에서 넥슨은 부스를 설치하고 '네이비필드2', '쉐도우 컴퍼니' 등의 신작을 소개했다. 한 관람객이 '네이비필드2'를 즐기고 있다. 쾰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게임스컴 2012'를 찾은 관람객들이 워게이밍 부스에서 '월드 오브 워플레인'을 즐기고 있다. 쾰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관람객들이 현지 퍼블리셔인 게임포지 부스에 설치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업데이트 버전을 시연해보고 있다. 쾰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게임스컴 2012'에 처음으로 참가한 일본 모바일게임사 GREE 부스에서 한 관람객이 도우미로부터 게임 설명을 듣고 있다. 쾰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관람객들이 '게임스컴 2012' 현장에서 열린 WCG(월드사이버게임즈) 유럽 챔피언십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쾰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위기는 오히려 한국 게임의 기회!'

유럽은 최근 세계 경제위기의 진앙지이다. 당연히 모든 산업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반면 게임 산업은 오히려 경기 불황에 잘 되는 경우가 많다. 돈이 많이 드는 외부활동 대신 저렴한 가격에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쾰른에 위치한 쾰른메세에서 개막해 19일까지 5일간 열린 유럽 최대의 게임쇼 '게임스컴(gamescom) 2012'에서 전세계 게임 시장의 트렌드뿐 아니라 경제위기로 인한 게임 산업의 위기와 기회 요소를 한번에 살필 수 있었다.

세계 40개국 600여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블리자드나 EA,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등 전통적인 게임 강자들 사이에서 엔씨소프트나 넥슨 등 한국 게임사들의 약진이 돋보인 자리였다. 콘솔게임의 성장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지난 3년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게임 시장은 한국 게임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시회 주최측이 이번 행사의 동반 개최국으로 한국을 선정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 홍상표 원장이 개막날에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게임산업'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 현지 언론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은 기회의 땅

유럽은 46개국 50개의 언어, 8억명의 인구를 가진 시장이다. 터키와 러시아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온라인게임의 주요 공략 무대인 중국이나 미주 대륙처럼 단일 언어나 문화권이 아닌 다양성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시장규모나 국가별 유통채널, 결제수단, 선호도 등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73.2%의 인터넷 보급율에서 보듯 온라인게임의 성공 가능성은 크다. 전세계 온라인게임 매출 규모는 2011년 20조원 정도이고, 이 가운데 유럽은 4조5000억원(PC와 콘솔용 온라인게임 포함)으로 추정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게임사의 수출액 가운데 중국과 일본, 동남아의 비율이 80%에 이른다. 하지만 유럽은 9%도 채 되지 않는다. 유럽 게임 사용자들의 3분의 2가 아직도 콘솔게임 위주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최근 콘솔게임 시장의 성장률이 1% 이하로 주저 앉은 반면 온라인게임은 2010년부터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의 현지 법인인 넥슨유럽의 경우 2007년부터 가입자수는 매년 세자릿수, 그리고 매출액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유럽 진출 첫해인 2007년 매출액이 3억5000만원에 머물렀지만 2010년 136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287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넥슨의 총매출이 1조2000억원임을 감안하면 비율은 2.4%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기회 요소가 풍부하다는 얘기도 된다. 넥슨유럽 김성진 대표는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이다. 또 유럽의 경제위기는 한국 게임 산업에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성은 다양성으로

다양한 문화와 눈높이를 가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서 한국 게임사들도 다양성과 고품질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유럽에서만 400만장을 판 명작 '길드워'의 후속작 '길드워2'를 오는 28일 출시한다. 이를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회에서 부스를 설치하고 관람객들을 만났다. '길드워2'는 최근 일주일 구글 게임 인기차트에서 1위에 올랐고, 아마존 사전판매량도 역시 수위를 차지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오스트리마뉴엘 슈타이너마이너씨(20)는 "기존 온라인게임과 차원이 다르다. '길드워' 시리즈를 통해 거대한 유럽 커뮤니티가 형성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엔씨소프트는 현지 퍼블리셔인 게임포지의 부스를 통해 MMORPG '아이온'의 신규 업데이트(3.0)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넥슨은 유럽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장르인 FPS, 전쟁전략게임 장르인 '쉐도우 컴퍼니', '네이비필드2'를 공개했다. 넥슨의 강점은 넥슨유럽을 통한 직접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부분유료화 모델을 성공시킨 회사답게 47개국에서 33가지 결제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한 몫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맥주축제인 '옥토버 페스트',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 혁명' 등 각 국가의 관련 콘텐츠를 게임에 도입하고 있다.

이밖에 웹젠이 비즈니스관에 부스를 설치해 'C9'과 '배터리 온라인'을 소개했고, 엠게임의 '나이트 온라인'과 온네트의 '샷온라인'으로 e스포츠대회인 GNGWC의 유럽지역 예선전이 개최되기도 했다. 또 한국이 만든 대표적인 e스포츠 축제인 WCG(월드사이버게임즈)의 유럽 챔피언십이 열리는 등 '게임 한류'를 유럽 게이머들에게 전파했다.

위기를 기회로

경제위기는 이번 전시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게임사인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이 불참하면서 전시장 곳곳에 빈자리가 유난히 많았다.

참가한 게임사들도 새로운 신작보다는 기존 게임의 확장판이나 혹은 이미 인기를 모은 영화 IP를 활용한 게임을 선보이는데 그쳤다. 다만 일본 모바일게임사인 GREE(그리)가 처음으로 참여, 18개의 신작을 선보이면서 최근 게임계 핫 트렌드가 모바일게임인 것을 생생히 보여줬다.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MMO 전략게임 '월드 오브 탱크'의 개발사인 워게이밍의 CEO 빅터 키슬리는 "유럽 게임 시장은 한마디로 단언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지만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완성도 높은 고품질 게임이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불변"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온라인게임은 아직 질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뒤진다. 한국 게임사들이 이 장점을 계속 유지시킨다면 당분간 유럽에서 비교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현지 퍼블리셔와의 밀접한 협력관계도 필수요소다. 엔씨소프트 웨스트에서 유럽 마케팅과 세일을 총괄하는 사라 로저스는 "한국 게임사와 현지 퍼블리셔의 활발한 공동작업을 통해 한국 온라인게임의 인기와 인지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쾰른(독일)=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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