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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했던 기무라지(박기웅)의 의심이 결국 이강토(주원)의 각시탈을 벗겼다. 16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각시탈' 22회에서, 지는 강토가 각시탈일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동진(박성웅)의 연락책 송기자를 미끼로 덫을 놓는다. 이에 강토는 송기자를 구하기 위해 각시탈을 쓰고 나타나 고이소(윤진호)를 비롯한 제국경찰 무리를 일망타진한다. 각시탈덕에 독립군과 송기자는 안전하게 도망친다.
다만 분명한 건 각시탈 21회와 22회만 놓고 볼 때, 이강토는 제국경찰로도 매력이 없었고, 각시탈로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제국경찰 이강토는 자신과 독립군의 정보를 지에게 흘리는 무능함을 보였고, 독립군에겐 그가 각시탈이란 정보가 너무 쉽게 많이 알려져 버렸다. 졸지에 각시탈이 주는 신비감이 사라졌고, 활동폭도 제한됐으며, 능동적이어야 할 주인공이 독립군 수장 양백(김명곤) 등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수동적인 포지션에 놓였다는 게 뼈아프다.
그동안 각시탈의 매력이 무엇이었나. 외롭고 고독한 운명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다. 지로 대표되는 제국경찰과 키쇼카이에게도 각시탈은 적이 되지만, 독립군에게도 이강토는 친일앞잡이로 죽여야 할 1순위였다. 즉 어느 편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어두운 영웅이었고, 누구의 손에 죽을지 모르는 위기에 연속이었다. 그래서 더 시청자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고, 그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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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강토=각시탈'이란 사실은 극소수가 공유해야 빛이 나는 비밀이다. 가족을 잃은 강토에게 내조의 여왕이 될 수 있는 목단이와 무늬가 장인어른인 담사리정도에 적파(반민영)동지와 같은 독립군 한 명 정도면 충분했다. 그래야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이강토가 좀 더 자유롭게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양백이란 거물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일제강점기를 지속하고자 악행을 거듭하는 일본정부와 제국경찰, 조선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는 독립군들 사이에, 이름없는 영웅으로 남아야 할 각시탈이, 이제는 이름있는 영웅 '이강토' 각시탈로 거듭난 것이다. 이러한 제작진의 선택이 과연 극적인 재미를 증폭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 오히려 자의반 타의반으로 각시탈이 벗겨진 이강토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일단 강토는 6회나 남겨두고 지에게 밑천이 다 드러났다. 일방적으로 지가 강토를 가지고 놀았다는 인상이 짙다. 지속적인 지의 의심에 강토는 목단을 변명거리로 일삼았고, 주의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밤이 아닌 대낮에 목단이를 만나러 다니는 과할 정도의 행보를 보였다. 강토 스스로 위기를 자처하고, 지가 의심을 안 할 수가 없게 만들었다. 그럴 바에야 제국경찰을 때려 치는 게 나았다.
여주인공 목단이는 어떤가. 여주인공이란 말이 낯뜨거울 정도로 임팩트가 사라졌다. 그녀가 긴장감을 주는 건, 지를 놓고 강토와 몰래 나누는 눈빛교환과 손잡기 스킬이다. 강토를 돕는다지만, 목단이 아니어도 될 자잘한 일들이나 양백선생님이 경성에 왔다고 해맑게 웃으며 박수치는 일. 여주인공이 아니라, 독립군1 수준이다. 여명의 눈동자에 윤여옥(채시라)을 떠올리면 하늘과 땅차이.
목단이 보단 오히려 우에노 리에 채홍주(한채아)가 더 돋보인다. 절대 사랑해선 안 될 남자 이강토를 짝사랑해서 죽을 운명에 놓인 비련의 여주인공. 이강토가 각시탈이란 사실을 알고, 지에게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강토를 자신의 목숨이상으로 보호하려는 의지에 여인. 시청자에게 목단의 안위보다 홍주의 안위를 더 걱정하게 만드는 또 다른 여자 각시탈. 회를 거듭할수록 여주인공 역전현상이 두드러진다.
각시탈 이강토는 지에 의해 탈이 벗겨지고 정체가 발각됐다. 주인공 강토에겐 한번쯤 찾아왔어야 할 위기고 순간이다. 그러나 정작 강토의 위기는 따로 있었다. 그의 정체가 여러 사람들에게 노출되면서 정작 고독했던 각시탈 이강토의 매력은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각시탈 이강토의 정체를 최대한 숨겨주고 또 도와주면서도 한켠으로 걱정하고 마음아파해야 할 절절한 멜로의 여주인공 목단은 오히려 담사리와 더불어 독립군에 알리기 바쁘고, 반대로 비련의 여주인공 채홍주는 키쇼카이에 강토의 정체를 숨기려다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