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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20대 여배우 품귀 현상, 왜?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8-01 13:28 | 최종수정 2012-08-02 08:46


티아라 은정. 스포츠조선DB

사진제공=SM C&C

30대 여배우가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SBS '신사의 품격'의 김하늘과 MBC '아이두 아이두'의 김선아를 비롯해 MBC '해를 품은 달' 한가인, '더킹 투하츠' 하지원 등 인기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어김없이 30대 초중반이다. SBS '옥탑방 왕세자'의 한지민과 KBS2 '빅'의 이민정도 올해 우리 나이로 꼭 서른살이다.

'언니들'의 득세 속에 20대 여배우들은 타이틀롤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MBC '닥터진'의 박민영과 SBS '패션왕'의 신세경 정도가 눈에 띌 뿐, 20대 안팎의 여성 캐릭터는 모조리 연기하는 아이돌 가수, 이른바 '연기돌'이 자리를 차지했다. KBS2 '사랑비'에는 소녀시대 윤아가, '패션왕'에는 유리가, '빅'에는 미쓰에이 수지가 출연했고, tvN '응답하라 1997'에서도 에이핑크 은지가 활약 중이다. 앞으로 방영을 앞둔 여러 드라마에도 아이돌 가수가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티아라 은정은 SBS '다섯손가락'에서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비운의 여주인공을 연기한다. 티아라 효민은 MBC 금요 드라마 '천번째 남자'에 출연하고, 티아라 소연과 다비치 강민경은 KBS2 '해운대 연인들'에 출연한다.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남장여자로 변신하는 에프엑스 설리, tvN '제3병원'의 소녀시대 수영도 비슷한 시기에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린다.

연기를 겸업하지 않는 아이돌 가수를 찾기 어려울 만큼 '연기돌'의 득세는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다. 연기력 논란을 겪는 일도 예전처럼 많지 않다. 최근에는 아이돌 가수가 주도하는 한류 열풍으로 인해 작품의 필수 요소로까지 자리잡았다. 해외 수출 등 부가 수익 창출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류스타 장근석과 윤아를 내세운 '사랑비'는 국내 방영시 5%대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미주, 유럽 등 해외 12개국에 판권을 수출했다. 현재 대만 지상파 G-TV와 일본 후지 TV 등에서 방영되고 있다. 김현중이 출연하는 '도시정벌'도 첫 촬영 전에 일본, 중국, 홍콩, 대만과의 사전 판권 계약만으로 118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아직 국내 방송사 편성도 잡히지 않은 상태인데 말이다.


'아랑사또전' 스틸. 사진제공=MBC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20대 여자 아이돌의 주가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연기만 전문으로 하는 20대 여배우 중에 아이돌 가수들과 인지도를 겨룰 만한 톱스타가 많지 않은 것도 이같은 상황을 더욱 부추겼다. 제작자 입장에선 연기력이 비슷비슷하다면 작품의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얼굴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매니지먼트의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연기까지 준비된 아이돌 가수도 많아 연기력에 대한 걱정까지 덜 수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 인기 있는 김수현, 이승기, 이민호 같은 20대 남자배우와 맞붙일 20대 여배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연기력과 인기를 모두 갖춘 30대 여배우로 눈을 돌리거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아이돌 가수를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20대 여배우들이 작품에 출연해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또다시 아이돌이 작품의 주요 캐릭터를 독점하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첫 출연에 단박에 주연급으로 나서는 아이돌에 비해 스타로 성장하고 주목받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니, 먼저 아이돌 가수로 데뷔해 인지도를 쌓은 후 연기자로 전향하는 게 지름길로 인식될 정도다.

최근에 '신사의 품격'의 윤진이와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오연서, MBC '스탠바이'의 김수현 등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지만 완벽하게 주연급 반열에 올라섰다고 말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그런 가운데 참으로 오랜만에 두 20대 여배우가 신작으로 찾아온다. 15일 첫 방송되는 MBC '아랑사또전'의 신민아와 9월 방송되는 KBS2 '차칸남자'의 문채원이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이후 2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신민아는 기억실조증에 걸린 처녀귀신 캐릭터를 연기한다. '공주의 남자'를 통해 주연급으로 성장한 문채원은 이번 작품으로 자신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질 각오다. 두 사람 모두 쟁쟁한 아이돌 가수들과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이들이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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