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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비즈] 애프터스쿨 소속사는 일본 회사? 일본 자본의 K-POP 침투, 피할 수 없는 흐름?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2-06-25 11:10 | 최종수정 2012-06-25 15:33


그래픽: 김변호기자 bhkim@sportschosun.com

최근 신곡 '플래시백'을 발표하고 컴백한 여성 8인조 애프터스쿨. 사진제공=플레디스

일본 자본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최근 국내 엔테테인먼트 관계자들은 깜짝 놀랄 소식을 접했다. 바로 지난달 말 일본 소니 그룹 계열인 소넷엔터테인먼트(이하 소넷)가 섹시퀸 손담비, 섹시 걸그룹 애프터스쿨, 남성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 등이 소속된 플레디스의 지분 50%를 50억원에 인수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

플레디스는 큐브엔터테인먼트, 코어콘텐츠미디어,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코스닥 상장이 유력한 후보 기획사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매출 규모에서나 매니지먼트 능력 면에서 인정을 받아 왔다. 그런 플레디스가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이 올 수도 있는 수치인 50%의 지분을 넘긴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걸그룹 씨스타. 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애프터스쿨, 씨스타 등에 눈독 들이는 일본 자본

플레디스의 지분 50%를 인수한 소넷은 지난달 30일 토토키 히로키 대표이사, 재무담당 나카노 히데키 등 2명을 플레디스 이사로 등재시켰다. 이와 관련 플레디스 측은 공식적인 언급 자체를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회사 경영권과 관련해 얘기가 많은데 기존 플레디스 임원들이 계속 경영을 하고 소넷은 지분에 따른 배당만 받아갈 것이다. 소넷은 경영 쪽에 욕심을 내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소넷은 애프터스쿨이 일본에서 경쟁사인 에이벡스와 계약이 되어 있지만 자신들과 함께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지분 인수로 양측 등기 이사 수는 각각 2명으로 동수가 됐다. 소넷이 만약 '마음을 바꿔' 회사 운영에 관여하고자 한다면, 이를 막을 근거는 없어진 것이다.

한편 플레디스 외에도 지난해 10월 차세대 K-POP 한류스타로 꼽히는 B1A4가 일본 포니캐넌과 정식으로 매니지먼트 및 전속 아티스트 계약을 체결했고,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아뮤즈가 유니버설 뮤직과 공동 기획한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아시아 유닛인 크로스진이 데뷔하는 등 일본 자본의 직접적인 한국 엔터테인먼트 진출이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음반 회사로 꼽히는 소니뮤직도 올해 초 한국에서 6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히트를 직접 발굴해 육성하는 등 아이돌 그룹 음반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일본 포니캐넌과 매니지먼트 및 전속 아티스트 계약을 체결한 B1A4. 스포츠조선DB
음반 선급금으로 버티는 중소 기획사들, 일본의 달콤한 유혹 앞에 휘청

이처럼 일본 자본이 국내 가요 기획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불고있는 K-POP 광풍 때문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이 속한 기획사는 모두 제안을 받았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대기 중인 일본 투자 자금이 많다. 액수도 높아 대부분 50억원 이상 투자할 생각으로 접촉해 오고 있다"며 "이는 일본이 최근 경기가 안좋아지며 자국에 투자하기 보다는 해외에 눈을 돌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 또 K-POP이 일본에서 붐을 일으키며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까 투자를 더욱 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씨스타, 케이윌, 보이프렌드의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자본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획사 중 하나로 꼽힌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서현주 이사는 "일본쪽으로부터 지분 투자를 원한다는 구체적인 제안을 3차례 정도 받았다. 모두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회사들로 액수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말은 경영권은 보장해주겠다고 하는데 회사를 같이 경영하기를 원하는 눈치였다"며 "하지만 일본 회사의 경영과 국내 기획사의 경영 방식이 다른 만큼 공동 경영을 할 경우 마찰이 생길 소지가 많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실 기획사 입장에서 일본 자본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괜히 팬들에게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켜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 기획사들 입장에서 일본 측 투자 제안은 차마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다. 그도 그럴 것이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기획사가 아닌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가요계 관행상, 대부분의 중소 기획사들은 로엔, CJ E&M, 멜론 등 음반 유통사로부터 선급금을 받아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선급금은 신인의 경우 수천만원에 불과한데 이 마저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급금으로 음반을 제작해 막상 수익이 발생하면 유통 수수료를 제외한 뒤 나머지로 선급금부터 갚아나가는 구조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선급금을 모두 갚은 뒤에도 나머지 돈으로 신인 발굴에 투자하다보면 결국 남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작은 기획사는 외부 투자를 더욱 간절히 원할 수 밖에 없다. 일본 투자 자금을 받게 되면 더 이상 선급금을 받지 않아도 돼 기획사 입장에서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아뮤즈와 유니버설이 합작해 만든 크로스진. 사진제공=나일론
'더 크게, 더 길게' 전략적 투자자로 변신한 일본

한류스타 장근석과 윤아, '겨울연가'의 윤석민 PD가 뭉친 드라마 '사랑비'는 방영 전 80여억원을 받고 일본에 선판매됐고, 일본 기업 아뮤즈는 아예 CJ E&M과 손잡고 100억원 규모의 드라마 펀드를 조성했다. 양측이 50억원씩 출자해 만든 펀드는 유한회사 '글로리 글로벌 콘텐츠'를 통해 운영 중이며 CJ E&M이 제작하고 투자하는 드라마의 투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일본 자본의 투자금 규모가 부쩍 커졌다. 방식 또한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인 전망에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종전에는 한국 엔터 기업에 대해 재무적 투자자(FI)로만 참여했다가 최근 직접 사업을 벌이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플레디스 지분을 인수한 소넷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넷은 지난 1995년 설립된 회사로 소니가 지분 45.6%를 보유했고 국내에는 지난 2001년 진출했다. 하지만 주로 국내 업체와 업무 협력만 할뿐 직접 지분 투자에 신중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소넷은 당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초록뱀에 50억원을 투자 한 후 올 3월부터 장내매수를 계속해 왔다. 처음 투자할 당시 9.62% 였던 지분율은 현재 14.97%까지 높아졌다. 초록뱀미디어의 최대 주주인 에이모션(21.07%)과의 지분율 격차는 불과 6.1%포인트다.


플레디스 소속의 가수 손담비. 스포츠조선DB
일본 투자금으로 중소 기획사도 상장 바람?

시장반응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소넷의 경영권 인수 가능성이 알려지자마자 주가는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 19일 시작가 2115원에서 185원 올라 2300원이 됐고, 다음날에도 장 초반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소넷의 투자금이 초록뱀의 재무구조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주리란 기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

이후에도 소넷과 같은 형태의 일본측 지분 인수가 늘어날 경우,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확보한 중소형 기획사들의 코스닥 상장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사 입장에선 주먹구구식 경영에서 탈피, 시스템 구축을 꾀할 수 있는 절회의 기회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흐름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류가 퇴조하면 일본 투자도 일거에 사라질 것이 뻔하다는 것. 그때는 국내 엔터산업계을 '멘붕' 상태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일본 자본까지 탐낼 정도로 장기적인 수익성을 평가 받고 있는 한류 콘텐츠에 대한 국내 자본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내년 데뷔할 걸그룹을 준비하고 있는 한 중견 가요 관계자는 "일본 자본이라고 굳이 배척을 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수익적 측면에서도 우수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에 유독 한국 기업들이 인색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단지 앨범을 제작할 때마다 선급금만 빌려주는 지금의 관행에서 탈피해 음반 유통사들이 장기적인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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