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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옥세자' 정유미 "세나의 이해할 수 없는 악행, 혼란스러웠죠"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6-15 15:52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오직 한 남자만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오빠 바보'로 불렸던 정유미(28)는 온데간데없었다.

인기리에 종영한 SBS '옥탑방 왕세자'에서 정유미는 전작의 여운을 남김 없이 떨쳐내고 악녀로 거듭났다. 세자빈이 되기 위해 동생의 얼굴을 인두로 지지고, 역모를 위해 왕세자의 독살 음모에 가담하는 조선시대 화용과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치장한 현세의 홍세나로 분했다.

정유미는 왜 '천일의 약속'을 통해 쌓은 사랑스러운 이미지에서 이처럼 빨리 벗어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약역으로 변신을 시도했을까.

"향기랑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해보자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예전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잖아요. 언젠가 저에게 선택의 기회가 온다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겠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어요. 또 향기를 통해 느꼈던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세나를 택했던 것도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공백이 길어지면 안 되겠다 싶었죠. 어찌됐든 향기를 통해 인기를 얻었는데 그 인기가 금세 식어버리고 예전으로 돌아갈 것만 같은 걱정이 들었어요."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03년 CF 모델로 데뷔해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녀가 주연을 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껏 오디션만 100번은 넘게 봤다"는 그녀는 때로는 실의에 빠질 때도 있었지만 경험이 쌓이며 아득바득 하려고 했던 작품은 기회을 잡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을 비우면 제 것이 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향기를 만난 것도 딱 그랬다. "'천일의 약속' 첫 오디션은 메이크업도 못한 채 부랴부랴 달려갈 정도로 급하게 잡혔었어요. 가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죠. 워낙 유명하신 작가님의 작품인데다 훌륭하신 배우분들이 출연하시는데, 그곳에서 과연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었죠. 속으로 '안 돼도 괜찮아. 출연하면 엄청 힘들거야' 하는 마음으로 별 기대를 안했는데 정말 믿기지 않게도 캐스팅이 된 거에요."

배역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녀는 늘 진지할 수밖에 없다. '옥탑방 왕세자'에서 세나는 향기와 극단을 달리는 약녀 캐릭터였다. 도가 지나쳐 네티즌들의 쓴소리를 들을 때도 있었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썼다. "화용에 대해선 초반에 결말을 듣고 미리부터 잡아가는 게 있었지만 세나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만들어 가는 게 많았어요. 그런데 세나의 악행이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혼란스러웠어요. 다행히 이태성씨를 비롯해 배우분들이 '타당성 있게 연기하고 있으니 흔들리지 말라'며 힘을 불어넣어줬어요. 큰 힘이 됐죠."

비슷한 또래의 젊은 배우들과의 작업 덕에 힘든 환경에서도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박유천씨는 첫 대본 리딩 때 지각을 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시간 안 지키고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가볍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죠. 그런데 첫 촬영 때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편안하게 다가오더라구요. 연기자로서도 그 누구보다 성실했구요. 힘든 와중에도 인상 한 번 찌푸리는 걸 못 봤어요. 이태성씨는 장난기가 정말 많았어요. '세나가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앞에서 내가 이렇게 웃겨주는 거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항상 즐겁게 만들었어요. (한)지민 언니가 '태성씨랑 같이 있어서 얼마나 재밌니' 하고 부러워할 정도였죠. 지민언니는 제가 지금껏 만나본 언니들 중에서 최고로 소탈했어요." 정유미는 "짧은 대사 하나에도 뭔가가 더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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