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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산업 최대의 '빅딜'이 성사됐다.
게다가 엔씨소프트가 올해 최대 기대작인 '블레이드&소울'의 공개 서비스를 10여일 앞둔 상황서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그것도 김 대표가 개인지분을 팔면서 최대 주주 자리까지 넘겨준 것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9구단 NC 다이노스를 창단, 내년부터 1군에 진입할 예정인데 혹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김 대표는 "게임과 IT 산업의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힘을 합쳐야 세계 게임 시장서 한국이 계속해서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파트너십으로 엔씨소프트의 개발력과 넥슨의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주식 매각과 관계없이 김 대표가 계속 CEO직을 수행하며, 21일 공개 서비스가 예정된 '블레이드&소울'의 준비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 강조했다.
어쨌든 두 회사의 결합은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넥슨은 지난해 매출만 1조2000억원을 기록한 국내 최대 게임사이다. 하지만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캐주얼게임은 초강세이고 자금력이 풍부한 반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MMORPG가 없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 '아이온' 등 MMORPG에 강세를 가지고 있지만, 전세계 최대 게임사인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등 전세계적인 히트작은 없다. 날로 경쟁이 격화되고 대형화되는 세계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양 사가 서로의 장점인 자금과 개발력을 맞바꿔 경쟁력을 키운 셈이다.
향후 미칠 영향은?
넥슨은 게임하이, 엔도어즈, 위젯, 네오플, JCE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넥슨의 M&A는 극히 자연스런 행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행보는 의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대표가 최대 주주 자리를 내줄만큼 엔씨소프트가 자금 압박에 시달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출시를 앞둔 '블레이드&소울'가 기대와 달리 히트를 치지 못할 경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여기에다 자금을 확보한 김 대표가 새로운 사업에 나서거나 혹은 잠시 거론됐던 정계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김 대표는 '블레이드&소울'을 일생의 역작으로 여기고 다음주 열리는 게임발표회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할만큼 챙기고 있어, 적어도 게임이 시장에 자리잡을 때까지 CEO 자리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양 사 대표의 관계가 돈독한데다 기업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굳이 넥슨이 당장 경영권에 간섭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의 향후 행보에 따라 지분을 추가로 획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어쨌든 두 공룡의 결합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게임사가 탄생했지만, 국내에서 넥슨으로의 '쏠림현상'은 불가피해졌다. 경쟁 게임사 관계자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모든 종류의 게임을 확보한 넥슨의 독주는 어쩔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털어놨다.
또 김 대표가 공들여 창단한 NC 다이노스의 향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넥슨이 일본의 지바롯데, 그리고 올해부터 롯데 자이언츠와 스폰서 관계를 맺으며 야구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기에 오히려 더 적극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하지만 대주주가 바뀌었기에 향후 구단명과 구단주가 변경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이재성 상무는 "자금력이 더 탄탄해진 것이기에 야구단의 운영에는 더욱 호재가 될 수 있다"면서 "김 대표가 CEO직을 계속 수행하는데다, 넥슨과 야구단 운영에 관해선 구체적 논의를 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변경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