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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 '나가수2'가 숨겨놓은 '신의 한수'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6-04 15:55


국카스텐. 사진제공=MBC

"하나 건졌다, 하나 건졌어!"

MBC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의 현장 MC 박명수는 평소와 달리 소리를 지르며 감격해했다. 객석의 청중평가단은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고, 대기실에 있던 다른 가수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박명수의 말대로 '나가수2'가 드디어 '물건' 하나를 제대로 건졌다. 6월의 가수전에 새 멤버로 투입돼 3일 방송된 A조 경연에 첫 등장한 인디밴드 국카스텐이다. 1974년 발표된 이장희의 '한잔의 추억'을 들고 나온 이들은 쟁쟁한 선배 가수들을 누르고 단숨에 1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넘어선 '반란'을 예고했다. '나가수2'에선 좀처럼 먹히지 않았던 록밴드, 더구나 대중들에게 아직은 낯선 인디밴드가 말이다.

온라인도 난리가 났다. 다음날까지도 국카스텐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SNS를 도배했다. 보컬 하현우가 고등학교 시절 불렀다는 '쉬즈 곤(She's Gone)'음원까지도 화제에 올랐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음원 차트에선 '한잔의 추억'이 빅뱅의 '몬스터'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카스텐 특유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울리는 순간 '눈은 번쩍, 귀는 쫑긋, 말초신경은 아하'를 경험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단 얘기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나타났는가 싶겠지만, 국카스텐은 '인디음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거물' 밴드다. 국카스텐이란 이름은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 고어에서 빌려왔다. 2003년 첫 결성 후 해체됐다가 2007년 국카스텐으로 밴드명을 정하고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엔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 연말 결선에서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차지했다. 당시 인디계의 아이돌로 인기를 누리던 장기하와 얼굴들은 인기상을 받았다. 2010년에는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과 '록부문 최우수 노래상'을 휩쓸기도 했다.

'나가수2'에서 보여준 국카스텐의 폭발력에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던 이들은 새삼 감탄했고, 인디음악을 몰랐던 이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12팀의 출연 가수 중 유일한 록밴드였던 백두산이 허탈하게 탈락한 아쉬움도 달래줬다. 다소 지루하고 밋밋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나가수2'의 무대는 활기를 되찾았다. 채널을 돌렸던 시청자들도 새로운 스타 탄생을 주목하게 됐다.

'나가수' 시즌 1에서도 박정현, 김범수, YB라는 스타가 초반 화제몰이의 일등공신이었고, 활기를 잃어갈 때 즈음 자우림이 등장해 '나가수'의 반등을 이끌었다. 국카스텐이 '나가수2'의 화려한 부활을 책임질 새로운 스타란 사실은 한번의 무대만으로 입증됐다.

지난 해 '나가수' 시즌 1이 방송될 때도 국카스텐이 멤버로 합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제작진도 국카스텐을 섭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희 PD는 국카스텐을 잊지 않고 1년 만에 '나가수2' 무대에 세웠다. 10일 방송될 B조 경연엔 한영애가 나선다. 벌써부터 시즌 1의 임재범 같은 위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희 PD가 감춰놨던 '신의 한 수'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가수2'의 시청률은 아직 5%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가수2'를 봐야 할 분명한 이유가 생긴 이상, 예전만큼 채널을 쉽게 돌리진 못할 것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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