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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상복은 없었다.
영화제 개막 전, 임상수 감독과 홍상수 감독은 경쟁부문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면서 기대를 모았다. 한국영화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편이 동시에 진출하면 한 편은 반드시 수상에 성공한다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둘 중 하나' 법칙이 통하지 않았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제65회 칸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입지를 한층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임상수 감독은 두 번째, 홍상수 감독은 세 번째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만큼 칸국제영화제에서 '신뢰감을 주는 감독'으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얘기.
현지에서 만난 외신기자들 역시 임상수 감독과 홍상수 감독을 비롯해 이창동, 박찬욱 등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경험이 있는 감독들을 언급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 외신기자는 '돈의 맛'을 관람한 뒤 "미장센이 돋보였다. 다양한 상황을 한 화면에 담는 기법과 회색톤의 화면이 인상적이었다"며 "임상수 감독 뿐만 아니라 홍상수 감독이나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잘 알고 있다. 한국영화는 세계적인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경쟁부문 외에서도 한국영화의 선전이 돋보였다. 총 5편의 한국영화가 제65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가운데 비평가주간 중단편부문의 '써클라인'은 유일하게 수상에 성공했다. 신수원 감독의 이 작품은 이 부문에서 까날플뤼(Canal Plus)상을 받았다.
또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현지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은 "처음 투자를 받을 때부터 '이 영화가 칸에 갈 것 같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막 웃더라"며 "지금 차기작을 준비 중인데 다음 번엔 경쟁부문을 노리겠다"고 당당히 밝혔다.
한편 이번 칸국제영화제에선 '리얼리티'의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고 '엔젤스 쉐어'의 켄 로치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또 '포스트 테네브라스 럭스'의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이 감독상, '비욘드 더 힐즈'의 크리스티안 문쥬가 갱상의 주인공이 됐다. 남우주연상은 '헌트'의 매즈 미켈슨, 여우주연상은 '비욘드 더 힐즈'의 크리스티나 플루터와 코스미나 스트라탄이 탔다. '비스트 오브 더 서던 와일드'의 벤 제이틀린 감독은 황금카메라상의 수상자가 됐고, 단편 경쟁부문에선 레잔 예실바스 감독의 '사일런트'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칸(프랑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