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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 이미 케이블 TV에는 몇 년간 시즌을 거듭하며 꾸준히 사랑받은 프로그램들이 많지만, 지상파 예능의 시즌제는 근래 들어서야 정착되는 분위기다. KBS는 '1박2일'을 필두로 '청춘불패' '불후의 명곡' '출발드림팀'이 시즌2를 방영 중이며, '해피투게더'는 벌써 시즌3를 내보내고 있다. MBC도 '위대한 탄생'에 이어 '나는 가수다' '댄싱 위드 더 스타'가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SBS는 '정글의 법칙 시즌2'를 편성했고, 11월엔 'K팝스타' 시즌2도 선보일 계획이다.
'불후의 명곡2'도 시즌제 활용의 좋은 사례다. 시즌1이 가수에게 명곡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고 MC들이 명곡에 도전하는 내용이었다면, 시즌2는 명곡이라는 주제만 남기고 서바이벌로 형식을 완전히 바꿨다. 그래서 초기엔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 버전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준 높은 공연과 편곡으로 점차 인기를 넓혀갔다.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검증된 포맷을 바탕으로 실패 확률을 낮추고 기존 시청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시즌을 거듭하면서 방송사의 간판이라는 상징성까지 지니게 되면 생명력이 더 길어진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트렌드에 발맞춰 꾸준히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매번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정적인 포맷을 재가공하는 것은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시즌제 도입의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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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달콤한 맛을 본 건 아니다. 얼마 전 MBC '위대한 탄생'은 무관심 속에 시즌2의 막을 내렸다. 애초에 Mnet '슈퍼스타K'의 성공에 고무된 방송사가 지상파 프리미엄만 믿고 급조해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슈퍼스타K'의 아류작이란 비판 속에 출발했지만 '위대한 탄생'만의 특화된 멘토제는 시즌1에서 '착한 오디션'이라는 칭찬을 받으며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시즌1과 달라진 것이라곤 멘토가 셋에서 다섯으로 늘었다는 것밖에 없는 시즌2는 시청자들에게 "제발 시즌3는 만들지 않길 바란다"는 혹평만 들었다.
이처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더라도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변화 없이 기존의 것을 답습한다면 시청자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춘불패' 또한 시즌2로 돌아왔지만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걸그룹 멤버들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시즌1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즌2 제작 소식에 온라인이 기대감으로 달아올랐던 것과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갑작스럽게 금요일 심야에서 토요일 저녁으로 방송 시간대를 옮기는 등 방송사 차원의 편성 전략도 아쉽다.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프로그램을 또다시 성공시키는 것이 새로운 포맷을 개발해 자리잡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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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로 새롭게 돌아오는 프로그램들은 어떨까? 2011년 예능계의 히트상품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오는 29일 오프닝쇼 방송을 시작으로 시즌2를 시작한다. 공정성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생방송 경연을 도입했고, 12명의 멤버를 6명씩 2개조로 나눠 매달 1등과 꼴찌가 동시에 무대를 떠나는 방식으로 경연룰을 바꿨다. 김건모, 김연우, JK김동욱, 박완규, 이영현, 정엽 등 기존에 출연했던 멤버 6인에 이은미, 박상민, 이수영, 정인, 박미경, 백두산 등 새 멤버 6인으로 출항한다. '승부사' 김영희 PD의 귀환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원년멤버가 절반을 차지하는 멤버 구성은 '재탕'이라는 비판 속에 다소 실망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나가수'가 시청률 이상의 화제몰이를 했던 만큼 이번 시즌도 화제성만큼은 단연 압도적일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댄싱 위드 더 스타2'도 지난 15일 녹화를 마쳤다. 27일 프롤로그 편에 이어 5월 6일부턴 생방송 경연에 돌입한다. 파업 중인 MBC 내부 인력을 대신해 자회사인 MBC C&I가 제작한다.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장을 연 '정글의 법칙2'도 바누아투에서 촬영을 모두 마쳤다. 'K팝스타' 후속으로 5월 6일부터 '1박2일'과 정면대결을 펼친다. 새로운 멤버들과 시즌2를 시작한 '1박2일'이 KBS 새노조 파업의 여파로 결방되고 있는 상황이 '정글의 법칙2'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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