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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해피투게더', 두 장수 프로그램의 엇갈린 명암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4-24 16:00



MBC '놀러와'가 결국 시청률 3%대로 주저앉았다.

23일 방송된 '놀러와'의 전국 시청률은 3.9%(AGB닐슨). 지난 16일 방송의 시청률 5.3%보다도 1.4% 포인트 하락했다. 3%대 시청률은 MBC 파업의 여파로 방송을 급조해 내보냈던 '우리들의 일밤'에서나 볼 수 있는 성적표였다. 그만큼 '놀러와'가 빠진 부진의 늪이 깊다는 얘기다. 벌써 방송 8주년을 맞이한 대표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월요 심야 토크쇼를 대표했던 '놀러와'의 위기는 이제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경쟁 프로그램에 때때로 1위 자리를 빼앗기더니 이젠 가장 최하위로 밀려나 경쟁에도 끼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놀러와'만의 강점인 기획력과 섭외력이 실종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포맷 자체가 노쇄해해진 것도 주요 이유로 지적 받고 있다. 2004년 5월 8일 첫 방송 이후 '놀러와'의 포맷은 사실상 달라지지 않았다. 유재석과 김원희 두 MC를 중심으로, 하나의 컨셉트로 묶인 게스트가 토크를 풀어가는 방식이 계속 이어져왔다. 간간이 보조 MC의 얼굴이 바뀌고, '골방토크'라는 이름으로 세트에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초창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구성과 내용을 유지하고 있다. 제작진도 부단한 고민을 했겠지만, 프로그램이 오래된 만큼 변화를 주기가 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놀러와'만의 장점이었던 안정감이 시간이 지나면서 지루함과 식상함으로 바뀌고, 결국 '놀러와'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고 말았다.

지금의 '놀러와'에게 KBS2 '해피투게더'의 부지런한 변화는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해피투게더'는 지난 3월 방송 10주년을 맞이했다. 벌써 세번째 시즌을 내보낸지도 5년째다. 화제를 몰고 다녔던 시즌1의 '쟁반 노래방'과 '쟁반극장'을 거쳐 2005년 시즌2인 '해피투게더 프렌즈'로 개편해 '반갑다 친구야'라는 코너를 히트시켰고, 다시 2007년 '시즌3'를 새롭게 선보였다. 잠시 주춤하며 위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사우나 토크'라는 컨셉트가 자리를 잡으면서 목요일 안방극장에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 최근엔 G4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MC군단을 투입해 변화를 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피투게더'라는 프로그램 이름은 똑같지만, '쟁반 노래방' '반갑다 친구야' '사우나 토크'로 이어지는 동안 포맷은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과감한 변화다. 줄곧 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놀러와'와는 행보가 딴 판이다.

공교롭게도 '놀러와'와 '해피투게더'는 똑같이 유재석이 메인MC를 맡고 있다. 토크쇼에서 MC의 자질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만, MC에만 의존해서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사랑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두 프로그램의 현재 위치가 보여주고 있다. '놀러와'는 지금 '해피투게더'를 뒤잇는 10년 장수 프로그램이 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더 늦기 전에 변화가 필요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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