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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논란' 김구라, 왜 방송 중단이란 극단의 조치를?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2-04-16 23:27



김구라는 왜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나?

위안부 비하 발언으로 막말 논란에 휘말린 김구라가 방송 활동 중단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구라는 2002년 인터넷 방송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이하 시사대담)'에서 80여 명의 윤락 여성들이 전세버스를 나눠 타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관련 제소를 하러 간 것에 대해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타는 것은 옛날 정신대 이후 최초일 것", "버스 기사 아저씨 꼴렸을 것"이라는 막말을 해 논란에 휘말렸다.

10여 년 전의 발언이지만 위안부를 창녀에 비유했다는 사실에 네티즌은 격노했고 급기야 온라인에서는 '김구라 퇴출 운동'까지 진행됐다.

이에 김구라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중이 TV에 나오는 내 얼굴을 볼 때마다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방송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따라서 오늘 이 시간부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 했던 생각없는 말들에 여러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깨달으면서 늘 마음 한 구석에 부채의식을 갖고 살아왔다"며 "부족함이 많았던 나를 너그럽게 생각해주신 덕분에 연예계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에 늘 감사해왔다. 하지만 나의 과오를 다 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절감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부족함이 많은 나를 사랑해주셨던 분들께 다시 한 번 실망을 안겨드린 점, 엎드려 사과드린다. 갑작스러운 방송 하차로 인해 영향을 받게될 동료들과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내 말들 때문에 상처를 받고 분노를 느꼈을 분들에게는 평생을 반성하고 사과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철없던 과거를 자숙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사과했다.

사실 김구라가 막말 논란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인터넷 방송 '시사대담', '뒷골목 토크' 출연 당시 정치 비리를 비판하거나 정치인이나 동료 연예인들에 대한 독설을 했던 것이 수차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김구라는 대중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해당 인물에게 직접 사과를 하면서 사태를 수습해왔다.


또 최근엔 KBS2 '불후의 명곡2' tvN '화성인 바이러스' '코리아 갓 탤런트 시즌2' SBS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 MBC '라디오스타' 등 총 8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임감이 강한 김구라가 갑작스러운 하차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거듭된 과거 발언 논란을 끌고갈 힘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 활동 중단이란 카드를 꺼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김구라는 그동안 과거의 논란 발언에 대한 죄책감을 가져왔다. 그는 "사실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내가 한 발언들 때문에 단 한 순간도 마음 편했던 적이 없었다. 항상 죄송한 마음으로 활동했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상파로 자리를 옮긴 뒤 과거의 막말에 대한 사죄를 구하듯 독설 캐릭터를 버리고 잊혀진 연예인이나 잠재력 있는 연예인들을 방송에서 많이 거론하며 재활 및 재기를 도와줘 '연예계 재활공장장'이란 애칭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지금의 김구라를 존재하게 한 고유의 '독설 캐릭터'마저 버리고 개과천선의 의지를 밝혔음에도 끊임없이 논란이 야기되자 더이상 버틸 힘을 잃어버렸을 것이란 의견이다.

그래서 처음 위안부 비하 발언이 공개됐을 때 한 목소리로 '김구라 퇴출'을 주장했던 네티즌들 역시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아무리 예전 발언이라도 어떻게 위안부를 창녀에 비유할 수 있느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네티즌은 "방송 중단은 심했다" "그동안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용서해 줄 수도 있지 않나"라는 등 옹호파로 돌아섰다. 또 세금 탈루 의혹으로 잠정 은퇴를 선택했던 강호동의 사례를 들며 "마녀사냥은 하지 말자"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현재 김구라는 16일 예정됐던 '불후의 명곡2' 녹화에도 불참,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밖에 다른 프로그램에도 하차 의사를 전달, 제작진 긴급 회의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김구라의 휴식은 상당 시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옹호 세력이 존재하는 만큼 김구라의 복귀 시기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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