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을 살다보면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여기,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인생이 있다. 바로 고소영이다. 태어날 때부터 예쁜 외모로 미인의 대명사로 꼽혔던 그녀.그녀는 20대에도 30대에도 중년에 갓 접어든 현재까지도 여전히 예쁘다. 샘이 날 정도로 말이다.
|
첫 질문을 듣고 그녀는 당황했다. "질문이 어렵다. 글쎄 나에게 나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게."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사람들이 내 삶에 대해 그런 느낌을 갖게 됐다는 것이 얼마 안됐다. 사실 20대, 30대에는 누구나 다 예쁘니까.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커리어도 쌓으면서 가정도 이루는 모습을 보고 그런 시선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공주처럼 사는 것은 아니다. 나도 아내이자, 엄마로 돌아오면 똑같다. 매일 트레이닝 복에 머리도 질끈 묶고,귀걸이도 팔찌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엄마다."
"한국의 브란젤리나? 내 이상형이 브래드 피트긴 했다."
'한국의 브란젤리나'는 수식어에 그녀는 수줍어했다. "에이. 말도 안돼. 나랑 안젤리나 졸리랑 비교하면." 손사래를 쳤다. 그리곤 그녀의 이상형이 브래드 피트이긴 했다고 웃었다. 그래서 다시 바보같은 질문 하나 더 던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장동건이 옆에 있는 기분은 어떤까?"라고. 그러자, 그녀는 "글쎄. 브래드 피트는 브래드 피트고 장동건은 장동건이지. 사실 내가 우리 신랑을 만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다. 사람들이 '와~ 장동건이다'라기 하기보다 '응, 동건이'라고 동네 친구로 오가면서 지내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열애가 보도됐을 당시에도 몇몇 기자들은 "둘이 원래 친해"라고 말할 정도로 우정이 짙었던 사이였다. 그런 그들이 연인으로 발전한 계기가 있었을까. "정말 배꼽 친구에서 연인으로 갔다고 하면 말이 안된다. 서로 어느 정도 이성적인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하더라. 신기하게 연인으로 발전한 뒤에는 숨어서 집에서만 데이트를 하게 됐다. 도둑이 제 발 저린게지."
|
그녀는 여느 부부나 다 있을 법한 고민도 털어놨다. "사실 나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 컸는데. 우리 부부도 별 수 없더라. 결혼하니까 똑같아. 신랑이나 나나 워낙 닭살 돋는 것을 싫어해서 기념일도 안챙기는 성격들이다. 드라이 한 부부다. 사실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영화 '마이웨이' 촬영 차 해외에서 있을 일이 많더라. 그러다보니 결혼하고 아기도 혼자서 돌보면서 산후우울증이라고 할까. 그런 게 오더라." 그녀는 완벽주의자 성격이 있다고 털어놨다. "내 성격이 그렇다. 남편 밥도 꼭 내가 챙겨줘야 하고, 국도 줘야하고. 밖에서 촬영이라도 있으면 나갈 때 아기가 울었던 것이 계속 생각나서 마음이 불편하고 그러더라. 근데 아기가 내가 나갈 때만 울지. 그 뒤로는 또 잘 논다는 것을 알고 깨닫게 됐다.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마음이 편하게 되더라."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을 갖게됐다고. "결혼을 하니까 제일 좋은 것이 내 편이 생겼다는 것 아닐까 싶다. 내가 힘들 때 내 옆에서 나를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신랑이 있다는 것, 굳이 약속을 하지 않아도 밥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것? 하하. 최근에는 자전거를 타고 신랑이랑 고수부지에 나간다. 같이 강 바람 쐐면서 자전거 데이트를 하는 쏠쏠한 기쁨이 있더라."
"산뜻한 작품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작품있으면 추천해달라"
72년 생 고소영,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다."예전에는 40대 여배우가 화장품 모델을 한다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일도 열심히 하는 여배우들에 대한 수요가 많다. 나 역시도 그러고 싶다. 예전에는 대중들이 나에게 문소리씨나 전도연씨 같은 연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지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대중들이 나에게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꼭 헤비한 작품이 아닌 가볍고 산뜻한 작품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좋은 작품 있으면 추천해줘"라며 애교스런 인사도 남겼다.
문득, 장동건과 부부 동반 출연을 하는 것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녀는 "얼마 전에 신랑이 출연할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첫사랑 역할이 있다고 해서 말하더라. 근데 신랑 얼굴 보면 웃음만 나올 것 같아서 못하겠더라." 그리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날 것 같아"라며 고개를 저었다.
|
"지속적인 자선 활동에 관심많아. 신랑도 지지해준다"
고소영은 2010년 민준 군의 탄생과 함께 대한사회복지회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지난해에도 민준 군의 돌을 맞아 1억 원을 기부했으며, 자신의 소장품 800여 종을 자선 바자회를 통해 기부한 금액을 어려운 환경의 신생아 500명에게 기저귀를 선물하기도 했다.
"대한사회복지회 신생아 실에 가면 아기들이 다 누워있다. 아기 엄마가 되니까 모든 아기들이 눈에 밟히더라. 요즘은 단순 기부에서 적극적인 기부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내가 기부하는 돈이 누구를 어떻게 지원하는지를 같이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돕고 싶다. 일회성의 단발성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기부를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다. 신랑도 내 생각을 지지해준다." 그녀는 이어 "'힐링캠프'의 차인표씨 편을 봤다. 그 분의 선행 활동을 보고 많이 감동했다"며 "한 명의 스타가 세상을 조금씩 아름답게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조금이나마 동참하고 싶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녀에게 던졌던 첫 질문에 답을 그려봤다.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그녀는 그만큼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감사할 줄 알았다. 그 어떤 이가 '고소영'이란 인생을 살더라도 그녀만큼 꽉 차게 살 수 있을까.
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