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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오디션의 전성시대지만 프로그램의 성패는 확연히 눈에 띈다. 방송 후 SNS나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보면 프로그램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여기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제 뻔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다. 심사위원이 참가자들에게 독설을 하고 참가자들이 한명씩 탈락할 때마다 눈물 흘리는 전통적인 방식의 서바이벌 오디션은 이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지 못한다.
'K팝스타'는 캐스팅 오디션에서 이것이 가진 최고의 강점을 뽐냈다. 바로 YG JYP SM이라는 대한민국 최고 기획사들이 'K팝스타'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지난 달 15일 방송에서 양현석과 박진영은 이하이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다. 2주간의 트레이닝을 자신의 기획사에서 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각자 캐스팅 우선권을 쓰며 경쟁을 벌이던 이들 중 양현석의 YG가 이하이를 선점했다.
19일 방송에서도 막강한 우승후보 이하이와 박지민의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JYP에서 트레이닝한 이하이와 SM에서 연습을 한 박지민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인 것. 박지민은 6단 고음을 통해 실력을 과시했고 이하이 역시 한층 짙어진 소울로 시청자들을 감동시키며 기획사간의 미묘한 경쟁을 부각시켰다.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경쟁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한 '엠보코'에서도 이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심사위원들의 의자가 돌아가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심사위원 몇명의 의자가 돌아갔는 지에 따라 참가자들의 희비가 갈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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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스타'의 박성훈 PD는 "세 심사위원 모두 훌륭한 능력을 지녔지만 이들의 차이를 보는 것도 묘미일 수 있다. 보컬 트레이닝에서는 세 회사의 차이가 조금 더 드러났었다"며 "어떤 회사는 감정표현을 중요시하고 어떤 회사는 기본 발성이나 발음을 강조한다. 또 어떤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이는 무대 위에 카리스마가 일취월장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덧붙여 박PD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이 1등을 뽑는 대회였다면 'K팝스타'는 어떤 제작자가 누구를 뽑아서 스타로 만들어갈수 있을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엠보코'는 '더 보이스'라는 프로그램의 라이선스를 구입해 만든 한국버전이다. 최상급 뮤지션으로 구성된 4명의 코치가 도전자들과 하나의 팀이 돼, 함께 경쟁을 펼쳐 나가는 형식이다.
'엠보코' 측 관계자는 "지난 17일 방송에서도 참가자 중 나들이가 독특한 보컬로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소화한 후 코치 신승훈을 선택하는 순간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며 "코치들이, 다른 코치가 의자를 돌리지 않게 하려는 방해공작(?)과 참가자들을 자신의 팀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구애 역시 재미를 주는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간혹 코치들 간의 눈치 싸움으로 인해 의자 돌리는 걸 주저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욕심나는 실력자가 등장하며 어김없이 코치들을 경쟁적으로 버튼을 누르고 의자를 돌리는 것이 '엠보코'의 묘미라는 것이다.
반면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2'는 지난 17일 12.7%라는 무난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K팝스타'나 '엠보코'에 뒤지는 모습이다. 방송 초반에는 이선희 멘토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것조차 무뎌지며 다른 오디션과의 차별성 부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제 단순히 참가자 중 실력이 뛰어난 이들을 뽑는 것 만으로는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의 유대관계가 어떻게 이뤄지는가 하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전했다.
아직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는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획되고 있다. 그리고 기획중인 오디션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하는 것도 바로 이부분이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