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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달인' 최민식이 돌아왔다. 이번엔 허세 가득한 로비스트 역이다. 하정우와 호흡을 맞춘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1990년대, 부산의 넘버원이 되고자 하는 '나쁜 놈'들이 벌이는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이다. 오는 2월 2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경규형이 4학년이었어요. 정말 친했어요. 대중이 아는 것과 달리 굉장히 진지한 분이거든요. 영화에 대한 열망이 많으셨어요. 같이 술을 마시면서도 영화 얘기를 많이 했어요. 당시 경규형이 술을 마시면서 '나중에 내가 영화를 하면 출연해줘라'고 했었죠. 그때 약속을 나이 50이 넘은 지금 꼭 실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무 영화나 출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 최민식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영화, 피 말리는 작업"
데뷔한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영화는 여전히 쉽지 않은 작업이다.
"사람 피 말리는 작업이에요.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스트레스가 엄청나죠. 영화를 촬영할 땐 장면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에요. 촬영 여건이 되는 장소를 따라 왔다갔다하죠. 그런데 전체 스토리가 연결되려면 감정 라인을 전체적으로 꿰뚫고 있어야 돼요. 말 한마디, 감정 처리 하나가 삐끗해버리면 부실공사가 되거든요. 하나의 작은 실수가 나중에 영화에선 크게 보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다.
"좋은 작업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 때문이에요. 배우한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정말 좋은 작품을 할 때거든요. 이 일을 하면서 사는 한 죽어야 멈춰지는 갈망입니다."
그렇다면 '영화에 죽고 영화에 사는' 배우 최민식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웰메이드여야 한다는 겁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거나 호화 캐스팅, 유명 감독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주제 의식을 프로페셔널하게 풀어내야 한다는 거죠. 코미디를 하더라도 정말 제대로 웃기는 영화를 하고 싶습니다."
야상 하나로 4계절 버티던 시절도
최민식은 지난 1989년 영화 '구로 아리랑'을 통해 영화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제 나이도 많이 먹었고 외형적으로도 많이 달라졌다"고 웃었다.
"다들 그렇겠지만, 그땐 참 '없던' 시절이었어요. 정말 가난한 연극 배우였죠. 저는 죽을 때까지 연극하다가 죽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땐 야상 하나로 4계절을 지냈어요."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만큼 고생하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하나의 수확은 연극을 하면서 찢어지게 고생했던 후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는 거예요. 영화계 전체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선배로서 대단한 걸 해주는 건 아니에요. 좋은 동료가 되고 같이 술을 마셔주고 좋은 작품을 골라서 할 수 있게 조언을 해주는 정도죠."
'범죄와의 전쟁'에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배우인 김성균과 곽도원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혼자 잘난 척하고 독불장군인 배우보다 무명이지만 제 몫을 단단히 해주면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참 고마워요. 작품을 한 뒤 '우리가 잘 어우러졌구나, 한판 제대로 놀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