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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코 퀸' 손예진 "이민기 셔츠를 찢을 때 한 생각은..."

이예은 기자

기사입력 2011-12-25 17:03


'오싹한 연애'의 흥행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기분의 손예진과 티타임을 가졌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영화가 잘 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런 시간을 가질 수도 없었을 거예요."

쉽게 만날 수 없는 '여신'과의 티타임이었다. 개봉을 앞두고 잔뜩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행복에 가득 찬 배우와의 인터뷰 기회는 거의 없다. '오싹한 연애'의 200만 돌파를 이룬 뒤 만난 손예진은 아주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이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오싹한 연애'는 올해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 유일하게 200만 관객을 넘기고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럼에도 손예진은 휴대폰으로 계속 예매율과 박스오피스 순위를 확인했다. "우리 영화가 정말, 이렇게 대형 화제작 사이에 끼어 있지 않았으면 더 잘 될 수 있는데…너무 안타까워요. 같은 CJ E&M이 배급하는 '마이 웨이'에 '미션 임파서블4'까지 있으니." 이런 걱정을 하고는 있었지만, 올해의 '로맨틱 코미디 퀸'이라는 칭호 덕에 최근 몇 달을 통틀어 가장 기분이 좋다는 손예진과의 티타임 대화를 지면 공개한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셔츠 찢을 때 제가 한 생각은….

'오싹한 연애'가 이처럼 잘 될 줄 알았는지를 우선 물었다. 손예진은 "사실 개봉 전에 한 인터뷰에선 이렇게 말하지 못했는데"라며 입을 열었다. "실은 걱정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개봉 전에는 걱정된다고 대놓고 말을 못하잖아요. 무조건 다 좋았다고 해야죠.(웃음)"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됐을까? 처음으로 시도되는 공포와 로맨스의 조합이라는 장르가 우선 배우들을 헷갈리게 했다. "정확히 말하면 공포와 멜로, 코미디가 다 합쳐져 있죠. 공포영화로서의 성격도 강하고, 후반부에는 상당히 진한 멜로 연기도 해야 되고. 그러면서도 웃겨야 하니까 그 모든 감정을 다 잡고 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민기씨의 셔츠를 찢어버리는 장면에서는, 분명히 코믹한 장면인데 찍으면서도 '이게 재밌나?'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잘 보면, 민기씨 셔츠에 찢어지게 돼 있는 부분만 '똑' 떨어지는데…(웃음) 그것도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싶어 신경쓰이고. 근데 극장에선 다행히 전부 폭소하시더군요.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만큼 결과는 좋았던 듯해요."


손예진이 이민기의 셔츠를 찢는 '문제의' 장면. 이 장면에서 손예진은 '이게 과연 재미있을까' 계속 의구심이 들었다고. 사진제공=CJ E&M
'할머니 패션'이라니, 푸하하!

평소 각종 행사의 레드카펫에서 우아하면서도 단아한 드레스로 '패셔니스타'라는 별명을 얻은 손예진. 그런데 이번 영화로는 '할머니 패션'이라는 말을 들었다. '오싹한 연애'에서 귀신이 보이는 체질 탓에 사회 생활이 힘든 캐릭터 여리를 맡으면서, 손으로 뜬 듯한 니트 의상을 많이 선보였다. 도회적이고 화려하기보다는 '히키코모리(집 안에 틀어박히는 증상)'에 가까운 여리의 패션은 네티즌들로부터 할머니들의 패션 코드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은 것. 공교롭게도 이날 만난 손예진 또한 회색 니트 스웨터에 면 스카프를 두른 캐주얼한 모습이었다. "'할머니 패션'은 말이 정말 재미있어요. 본의 아니게 오늘도 '오싹한 연애' 속 모습과 비슷한 패션이네요? 또 그 말이 나오는 것 아닌지…그런데 제가 원래 이런 니트를 상당히 좋아해요. 평소엔 너무 여성스럽게 옷을 입지도 않는 편이고요. 추운 걸 싫어해서 겨울에는 패션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따뜻하게 입으려고 해요." '할머니 패션'이라는 평가 뒤에는 어김없이 '얼굴이 패션의 완성이니 손예진은 괜찮다'는 말이 따라 나왔으니, 손예진으로서도 딱히 기분나쁠 것은 없어 보인다.



'오싹한 연애'에서 손예진은 소박한 니트 의상을 많이 선보여 '할머니 패션'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사진제공=CJ E&M
'무서운 이모' 손예진의 생활

영화 흥행으로 마음이 다소 가벼워진 손예진의 일상은 어떨까. 영화와 상관없는 '수다'를 떠는 동안 손예진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인터뷰 중이라 나중에 전화할게"라며 전화를 끊은 손예진은 "언니가 요리 레시피를 알려달래요"라며 웃었다. 집에서 직접 요리도 종종 한다고. "그렇게 맛이 없지는 않나봐요. 언니가 저번에 제가 한 게 괜찮은지 자세히 알려달라네요." 언니 이야기가 나오자 손예진은 "우리 조카들 보여드릴까요?"라며 휴대폰 동영상을 틀었다. 네 살, 세 살의 연년생 형제인 손예진의 조카들이 생일 케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이모와도 다소 닮은 듯 깜찍했다. "언니가 바로 집 근처에 살아서 애들도 자주 봐요. 그런데 제가 버릇없이 굴면 혼을 냈더니 엄마, 아빠보다 저를 더 무서워하네요. 나름대로 '무서운 이모'예요. 하하!"

연기 활동 외에는 사생활을 거의 공개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겉과 속이 다르다'는 루머도 있었던 손예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투데이에 일상을 공개하며 팬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요즘은 차기작 '타워' 추가 촬영이 남아서 완전히 손을 놓고 쉬지는 못하지만, 그야말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요리도 하고,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고요. 개봉되는 영화도 좀 볼 생각이에요." 영화 '퍼펙트 게임'과 '셜록 홈즈2' 얘기를 하면서 "야구 룰을 잘 모르고, 추리소설도 잘 몰라요"라며 고개를 젓는 손예진은, 함께 티타임을 갖는 동안엔 톱스타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친근한 여배우였다.



배우 손예진.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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