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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게임 규제, 한국 게임산업은 어디로?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11-22 13:17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1'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지나친 규제 속에 위기 맞은 한국 게임 산업.'

'201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 7조43412억원으로, 2013년까지 연평균 15.6% 성장세를 거듭해 2013년 10조원을 넘어 11조4666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수출액도 1조8000억원에 이르러, 980억원 규모의 K-POP, 190억원의 영화 등을 압도하며 '한류'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잠시동안의 정체기간을 딛고 이처럼 다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게임 코리아'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부쩍 커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게임 유저와 인프라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게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이기 때문.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던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1'에는 전세계 28개국, 380여개사가 참가했고 비즈니스 상담건수가 6800여건에 이르렀으며 역대 최다인 29만명 가까운 관람객을 기록하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해외의 지속적인 러브콜과는 달리 국내에서 게임산업은 여전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청소년들의 학습환경을 위해하는 사회악으로 낙인돼 '셧다운 제도'의 대상이 되고 있고, 사실상 정부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전횡에 시달리는 등 철저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외의 다른 시각과 온도차에 따라 한국 게임산업은 자칫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규제의 풍선효과

지난 20일부터 '셧다운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자정 이후 오전 6시까지 게임을 즐길 수 없도록 강제적으로 접속을 금지시킨 것.

국가가 직접 나서서 청소년들의 학습권과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라지만,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희한한 규제라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권익을 침해한 것이라며 시민단체들에서 위헌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비웃듯 부모의 주민번호를 활용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나타나고 이에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에 서버를 둔 해외 게임 접속이 늘어나는 등 벌써부터 '풍선효과'가 나오고 있다. 국내 게임에 대한 역차별이 제기됨은 물론이다.

이는 게임 주무부서인 문화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여성가족부가 밀어붙여 시행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규제와 자율 사이

게다가 게임은 셧다운제뿐 아니라 게임물 등급까지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이중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2005년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진 이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 만들어진 한시 조직이다. 세계적 대세인 민간 자율심의로의 이양을 자연스레 이끌기 위한 교량의 역할을 해야 했다. 말 그대로 심의를 하는 서비스 기관이지, 규제나 정책을 관철시키는 조직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2008년과 2010년 등 2번이나 국고보조 시한을 연장한데 이어, 문화부는 아예 상시 조직으로 운용하겠다는 개정안을 최근 발의한 상태.

이에 대해 국회에서 이를 소관하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전병헌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 전 의원측은 "민간 이양을 전제로 2번이나 국고지원을 연장했는데, 이제와서 상시조직으로 만든다면 정부가 규제를 지속하겠다는 얘기밖에 안된다"며 "'바다이야기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 게임위 존속의 이유라고 하는데, 그 사이 80조원(국정원 추산)까지 불어난 불법 인터넷 도박은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오히려 제도권 게임산업만 압박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행정 공백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등급 분류와 같은 서비스 시스템은 민간자율에 맡기고 어차피 게임위도 막지 못했던 게임기 불법 개변조나 사행성 인터넷 도박 등의 단속은 사법권이 있는 조직으로 이관시켜 좀 더 강력한 단속을 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할 경우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의 엇갈린 행보

국내 게임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사이 해외 게임사들의 국내 진출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어느새 한국 온라인 게임의 수준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 게임사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샨다가 '드래곤네스트'를 개발한 국내의 아이덴티티게임을 인수하는 등 최근 몇년간 중국 게임사들은 M&A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쿤룬, 더나인에 이어 텐센트 등 규모나 질적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한 게임사들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AOS장르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곧 국내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데, 이 게임을 만든 라이엇게임즈는 텐센트에 최근 인수돼 사실상 중국 회사라 할 수 있다.

또 국내 개발 환경이 열악해지자 중소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중국 게임을 수입해 국내에 퍼블리싱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게임을 그대로 모방한 '짝퉁 게임'의 진원지로 여겨졌던 중국에서 오히려 게임을 사온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풍경.

반대로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은 일본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 대세가 아닌 일본을 택한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규제가 심한 한국에서 '벽안시' 당하며 게임 사업을 하는 것보다는 콘텐츠 기업이 대우를 받는 곳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셈이다.

게임사 관계자들은 "규제를 버텨낼 수 있고 자금이 풍부한 대형 게임사를 제외하곤 중소 게임사들은 이제 설 땅이 없다. 한국 게임의 경쟁력은 위기의 길목에 서 있다"며 답답함을 표출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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