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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꽃' 이 발칙한 치정극은 마니아 드라마를 넘어설까?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11-11 10:53


사진제공=MBC

하나 같이 이상하고 의뭉스러운 캐릭터들이 모여 발칙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MBC 수목극 '나도, 꽃'의 미친존재감 차봉순(이지아)은 분명 정상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듯 보이는데 증세는 조울증에 가깝다. 오너와 주차요원을 오가는 언더커버보스 서재희(윤시윤)도 정서장애가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전혀 다른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깐족대는 캐릭터에서 어느 순간 진지한 CEO로 변해있다.

욕망과 질투의 화신 박화영(한고은), 거짓 삶을 살며 돈 많은 남자와의 결혼을 꿈꾸는 김달(서효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꽤나 독특한 아저씨 박태화(조민기)까지. 이들이 모여 '깜찍 발랄' 발칙한 치정극을 선보인다. 저마다 깊은 내면의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위악으로 맞부딪히며 갈등하고 그 안에서 사랑으로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나도, 꽃'은 '내 이름은 김삼순'을 집필했던 김도우 작가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과 톡톡 튀는 대사가 첫 회부터 눈길을 끌었다. 이지아가 연기하는 여순경 차봉선은 마치 영화 '미쓰 홍당무'에서 공효진이 연기했던 비호감 캐릭터 양미숙을 연상시키듯 종잡을 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혼을 빼놓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러브 라인을 형성할 남자주인공 서재희와의 에피소드는 다소 뜬금없이 전개되고 있다. 앳된 외모의 윤시윤을 사이에 두고 이지아, 한고은, 서효림 세 여배우가 그려내는 사랑 쟁탈전도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로맨틱 코미디인데도 어딘 지 모르게 더 치명적(?)인 치정을 보여줄 것 같은 착시 효과마저 풍기기 때문이다. 차봉선과 박태화의 대화는 또 어떤가.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나도, 꽃'은 안방극장에서 근래 보기 드문 독특한 이야기 코드로 로맨틱 코미디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서태지와의 결혼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지아의 복귀작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자칫 드라마가 가진 매력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김도우 작가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촌스러운 이름에 뚱뚱한 외모를 가진 김삼순을 통해 통쾌하게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를 실랄하게 꼬집었다. 이번 드라마 역시 어딘가 결핍돼 있는 인물들의 치유를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인 설정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자칫 마니아층을 형성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첫 주 방송이 끝나고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뉜 이유이기도 하다.

'나도, 꽃'이 폭넓은 시청층을 형성하며 새로운 형식의 로맨틱 코미디로 평가받을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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