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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으니까요."
이처럼 묵직하고 민감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이감독은 치열한 '고민'과 '고립'의 시간들을 거쳤다. "제 생각과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책을 많이 읽으며 제 오류를 확인하고 점검하면서 시나리오를 썼어요. 일본 르포나 다큐도 많이 보고, '한국의 연쇄살인'이란 책을 쓴 표창원 교수님의 도움도 받았고요. 나중에는 영화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일본에 가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이감독은 관련 사례들을 공부하면서 살인사건 피해 유가족들의 고통을 알게 됐다. 억울함을 풀 길도 없을뿐더러, 영화 속 다혜처럼 용서를 강요받기도 한다. 그리고 사법제도는 유가족들이 범죄자를 만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유가족보다 범죄자가 보호받는 현실은 영화에도 반영됐다. "마음속에 계속 차오르는 분노를 느끼면서 살다보면 삶이 나날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마음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분노를 주변으로 미뤄놓고 자신만을 위한 오늘을 살아보면 어떨까,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면 삶이 달라지지 않겠냐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목도 '오늘'이라고 지었고요."
이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은 송혜교의 절제된 연기와 만나 시너지를 냈다. 그 때문인지 이번 촬영은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 "마지막 촬영을 하고 쫑파티를 하는데, 내일부터 못 만나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더라고요. 독하고 모질게 해야 작품이 잘 나온다고 하는데 배우들, 스태프들과 갈등도 전혀 없었죠.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감독은 마지막으로 범죄피해자 유가족들을 위한 위로를 잊지 않았다. "용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면서, 용서를 안 한 사람을 마치 가해자인 것처럼 몰아가기도 하죠. 그런 혼란으로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이 영화를 본다면, '당신의 그 마음이 진짜라고, 당신에겐 용서를 안 할 자격도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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