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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원의 개그야그] '헐크' 이만수의 재미있는 야구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1-10-25 11:43


가을 야구의 피날레인 한국시리즈 시즌이다. 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과 KIA와 롯데를 잇달아 꺾은 SK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룬다.

필자는 사실 롯데팬이지만 포스트시즌 9경기 내내 훌륭한 내용을 보여준 SK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SK는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말이 5년 연속이지 이런 결과를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만수 감독대행의 능력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성근 감독이 경질되고 이만수 감독대행 체제가 들어서자 팬들이나 관계자들의 말이 많았다. 아마 이 감독대행에게 상당한 고통이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만약 필자였으면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팀을 꾸리기 힘들었고 난관에 봉착했겠지만 그는 특유의 긍정의 힘으로 이겨냈다. 포스트시즌에서 떨어질까 말까 할 때에도 "반드시 올라간다"고 감독이 먼저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 감독대행은 승리의 소감을 매번 선수들에게 돌린다. 그것도 뾰족하고 분석력 있는 표현이 아니다. 어눌하고 순박하다.

"아~~ 우리 선수들 잘 합니다. 저는 우리선수들을 믿습니다. 지가 한건 하나도 없어요. 내일도 아~~ 우리 선수들 잘 할낌니다. 아! 파이팅."

거의 열성 초등학생 팬들의 메시지 같은 순수함과 소박함, 그리고 자신감이 느껴진다.

선수들이 안타나 홈런을 쳤을 때, 또는 역전했을 때 그 누구보다 좋아하고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참지 못한다. 어떨 때는 홈런 친 선수는 그저 그런데 감독 자신이 홈런 친 것처럼 덩실덩실 좋아한다. 전임 김성근감독의 무표정 무감동의 뉘앙스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물론 감독이 선수들의 수장이기에 위엄과 권위는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감독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누구나 다 감독이 되면 표정관리에 들어간다. 마치 감독이 웃거나 좋아하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14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별의별 감독이 다 있다. 얌전한 감독, 다혈질 감독, 선수와 같은 감독 등 다양하다.

프로야구는 아마와 다르다.

아마는 승패에만 연연하기에 마치 매경기가 행정고시 사법고시 보는 것처럼 덕아웃 분위기가 딱딱하다. 하지만 모름지기 프로는 돈을 받고 하는 사람들이다. 돈을 받는 사람은 무언가를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선수들은 말 할 나위 없거니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도 팬들에게 아낌없이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이 대행은 선수나 투수를 바꿀 때는 어김없이 마운드로 걸어 나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를 다독거릴 때는 투수코치가 나가고 투수를 바꿀 때는 반드시 감독이 나간다. 이것은 미국 프로야구 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불문율이다. 팬 서비스이다.

TV로 시청하는 팬들은 화면에 덕아웃 모습이 나오기에 감독의 얼굴이나 행동을 볼 수 있지만 경기장에 온 팬들은 감독이 나오질 않으면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도 투수교체만은 감독이 직접 나와서 팬들에게 어필했으면 한다. 그런 면에서 한발 앞서간 이만수 감독대행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감독대행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운동부족이라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이유인 즉 애매한 판정이 나왔을 때 심판에게 뛰어나가 어필을 하는데 이 대행은 그 속도가 가히 1루에서 2루로 도루하는 주자보다 빠르니 그야말로 전광석화 어필타임이다. 갑자기 전력질주를 하니 다리에 햄스트링이나 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이다. 하긴 감독이 경기 중에 어필하러 뛰어가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다면 그것도 기사거리일 게다.

프로야구는 재미있어야 한다. 헐크처럼 변화무쌍한 이만수 감독대행의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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