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는 진짜 목을 졸랐어요. 모든 각도에서 예외 없이 실제로 목을 조르면서 연기를 했죠. (박)시후 오빠가 리얼한 걸 좋아하더라구요. 목으로 허락을 하고 손으로 대화를 하며 연기한 거에요. 숨이 꼴깍꼴깍 넘어가려고 했던 적도 있어요."
영화 '최종병기 활'과 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쌍끌이 흥행을 이끌면서 신진 여배우의 위상을 수직 상승시키는 동시에 문채원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준 한 해였기 때문이다.
문채원은 '공주의 남자'에서 수양대군의 장녀 세령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1453년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김종서의 막내아들 김승유(박시후)와 세령이 펼치는 금기의 사랑이 안방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공주의 남자'는 평균 19.3%(AGB닐슨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을 맞기까지 그녀는 적잖이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새롭게 창조된 세령 캐릭터와 연기력 논란이 그녀를 괴롭혔던 것.
|
|
그녀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결말에 대해 "희망적으로 끝맺어 좋았다. 수양도, 승유와 세령도 가슴 아플 만큼 아팠으니 현실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두 사람의 사랑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고 말했다.
승유의 눈이 멀게 되는 설정에 대해서는 "현실에서는 사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승유가 분노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장치로 적절했다고 본다"며 "'눈을 잃었으나 마음을 되찾았고, 복수를 잃었으나 그대를 얻었소'라는 승유의 대사가 잘 말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채원이 극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세령이 승유를 대신해 날아오는 화살을 맞으며 쓰러지는 14부 엔딩이었다고.
"기존 드라마에서 복수심에 사랑하는 사람을 증오하고, 그 때문에 그 사람의 목을 조르게 되는 상황을 익히 본 적이 없어요. 또 그런 사람을 안아줄 수 있는, 그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여인을 보지도 못했고요. 세령이 활을 맞는 장면은 많은 감정들이 집약됐고, 저로서도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승유에 대한 마음이 많이 깊어질 때 였어요."
'공주의 남자'로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인 문채원은 연말에 연기상 수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는 시상식을 즐겨보지 못했다. 올 해는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함께 출연했던 분들이 수상을 하신다면 축하해주면서 '공주의 남자'가 이슈가 되는 것에 기쁨을 느낄 것 같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2011년 한 해는 연기자로서 욕심도 생기고, 태도에 있어서도 진지해졌어요.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사랑도 받은 감사한 한 해 였어요. 또 사극에서 몸을 쓰는 연기도 해보니 연기자는 체력 관리도 잘 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