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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엄태웅에게 이런 면이?
멤버들의 단점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평소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밝히지 못하는 엄태웅을 위해 제작진과 1분 토론을 진행한 것.
엄태웅은 '우리는 왜 나영석 PD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가'를 주제로 벌인 토론에서는 "나 PD는 그릇된 의견을 제시할 사람이 아니다" "나 PD가 처음부터 지휘를 한 것은 아니다. 밑에서부터 힘든 일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왔다"라고 말하며 예능감과 논리력을 겸비한 입담으로, 눈길을 끌었다.
강호동의 부재를 인지한 엄태웅이 강한 집중력으로 예전과 확연히 다른 활약을 선보인 것이다. 자신감도 엿보였다.
일부에서는 강호동 특유의 진행 스타일 때문에 고착된 멤버들의 캐릭터에 변화가 올 것을 예상했다. 엄태웅이 그 첫 주자로 기대를 모은 것. 이날 방송이 그 가능성을 입증해줬다. 벌써 그에게는 '엄교수'라는 닉네임이 추가된 상황이다.
엄태웅은 지난 3월 6일 방송을 통해 '1박2일'에 합류했다. 병역 문제로 불명예 하차한 MC몽을 대신할 멤버로 엄태웅이 낙점됐다는 소식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엄태웅은 평소 예능 프로그램 노출이 많지 않았고, 출연하는 작품에서 매번 무게감 있는 연기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왔던 터라 예능고수들의 집합소인 '1박2일' 합류는 신선한 충격이자 불안 요인으로 인식됐다. 더욱이 예능에서 소위 '선수'로 불리는 MC몽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그를 보는 시선은 양극단을 오갔다.
'1박2일'의 나영석 PD는 "큰 웃음을 줄 수 있는 멤버를 찾았다면 애초 엄태웅씨 섭외에 공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의 평소 성격과 인품을 보고 기존 멤버들과 잘 융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발탁 이유를 밝혔지만 웃음을 기본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기가 빠지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았다.
초반 메인 MC이자 맏형, 강호동을 향한 '해바라기 사랑'과 뭘 해도 해맑게 웃는 특유의 성격에 착안해 '순둥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지만 고유의 캐릭터를 구축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존재감은 미미해지고, 시청자들의 압박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엄태웅은 그간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고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케했다. 배우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그가 예능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심어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