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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진에어 스타리그' 결승전, '테란 황제'의 재탄생이냐 '가을의 전설' 부활이냐?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09-16 15:47





◇정명훈



◇허영무
역사는 '2인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냉혹한 얘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그러나 적어도 스타리그에선 그렇지 않다. 우승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찬란한 주연의 뒤안길에서 묵묵히 눈물을 훔친 조연에 대한 박수도 잊지 않는다. 스타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따뜻한 시선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유독 2인자 대결이라는 말이 스타리그에선 많이 나온다. 두 명의 이(李)씨인 이영호(KT), 이제동(화승)이 스타크래프트판을 지배하며 '리쌍록'을 연출한 최근 몇년간 유독 두드러진 현상이라 할 수 있다.

1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서 열리는 '진에어 스타리그 2011'(스포츠조선-온게임넷 공동 주최) 결승전 맞상대인 정명훈(SKT)과 허영무(삼성전자)는 대표적인 2인자 대결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스타리그 결승 문턱서 2번이나 좌절했던 정명훈은 직전 대회인 '박카스 스타리그 2010'에서 송병구(삼성전자)를 꺾고 드디어 2인자의 그늘을 벗기 시작한 반면 허영무는 또 다른 개인리그인 MSL에서 2번의 준우승에 그쳤을 뿐 스타리그 결승 진출은 처음이다. 정명훈은 "2인자 타이틀은 허영무의 것"이라며 2연패를 외치고 있고, 허영무는 "2인자를 탈출하려는 정명훈을 '처단'하면 자연스레 우승은 내 것"을 외치고 있다.

'황태자' vs '잡초'


결승까지 오른 결과는 똑같지만, 두 선수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지난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16강전에 바로 진출한 정명훈은 어윤수 구성훈 염보성을 나란히 꺾은데 이어 8강전에서도 팀 동료인 박재혁을 세트스코어 2대0으로 가볍게 물리쳤고, 4강전마저 신동원(CJ)에 3대1 승리를 거두며 비교적 손쉽게 결승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지난 대회까지 포함해 스타리그 11연승의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유일한 고비가 신동원과의 4강전일 정도로 이렇다 할 굴곡이 없었다. 이번 '진에어 스타리그'만 보자면 '황태자'라 불러도 큰 이견이 없다.

반면 허영무는 '잡초' 그 자체였다. 스타리그 예선에서 어윤수(SKT)에 0대2로 패하며 아예 본선 진출도 실패했지만, 김상욱(전 CJ)이 은퇴를 선언하는 바람에 와일드카드전을 통해 가까스로 스타리그 듀얼리그에 진출해 천신만고 끝에 16강에 합류했다.

본선에서도 고난은 계속됐다. 16강전 조별 경기에서도 탈락 위기까지 몰렸으나, 재경기 기회를 얻어 8강행 막차를 탄 것. 그러나 8강 맞상대는 스타리그 4회 우승에 도전하는 최강자 이영호(KT)였다.

그나마 1차전에서 패배, 8강 진출에 만족하는 듯 보였던 허영무는 2~3차전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대역전극을 일궈내고 4강까지 오른데 이어 예선서 자신을 위기로 몰았던 어윤수마저 3대0으로 물리치고 대망의 결승 무대에 서게 됐다. e스포츠판 '왕자와 거지'의 대결, 그래서 결승전은 더 흥미를 모은다.

'제2의 테란 황제' vs '가을의 전설 부활'

정명훈은 2008년 인크루트 스타리그와 이듬해 바투 스타리그 등 2번의 대회에서 연속으로 결승에 오른데 이어 이번에도 2연속 스타리그 결승행을 완성했다. 이는 11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타리그 사상 첫번째 대기록이다.

스타리그 2회 연속 준우승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2인자 대열에 합류했던 정명훈은 스타리그를 통해 이 대열 탈퇴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여기에 테란 플레이어 가운데 스타리그 2회 연속 우승자는 '테란의 황제'로 불렸던 임요환 밖에 없다. 임요환은 2001년 한빛소프트 스타리그와 코카콜라 스타리그를 연속으로 제패하며 전설로 떠올랐다.

임요한 최연성을 이어 SKT T1의 테란 계보를 잇고 있는 정명훈으로선 만약 이번에 우승을 거둔다면 10년만에 이를 재현하는 동시에 진정한 테란의 '적자'로 자리잡을 수 있다. 정명훈이 "10년만에 2연속 스타리그를 우승하고 역사에 남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이유다.

허영무는 '가을의 전설'을 계승하고자 한다. '가을의 전설'이란 유독 가을에 열리는 스타리그 결승에서 프로토스 플레이어가 강세를 보여 만들어진 말.

하지만 송병구가 2008년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정명훈을 꺾고 우승을 한 이후 3년 가까이 '가을의 전설'은 잊혀져 갔다. 그 사이 테란 플레이어인 이영호와 저그 플레이어인 이제동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스타리그를 지배했기 때문.

결승행을 일군 허영무는 "이제 '리쌍록'이 지겨울 때가 됐지 않나. 게다가 프로토스 팬들의 '한'이 컸을 것이다. 나의 우승은 스타크래프트의 재미, 그리고 프로토스 팬들을 위해서도 필연적이다"라며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프로토스 팬들은 허영무의 4강전이 열렸던 지난 9일,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허영무! 허영무!"를 간절히 연호했다. 여기에 허영무로선 팀 동료인 송병구가 지난 대회 결승전서 정명훈에 0대3으로 셧아웃 당한 아픈 기억을 그대로 갚아줘야 할 또 하나의 이유도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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