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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한예슬은 왜 '한다르크'가 되지 못하나?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09-16 15:35


스포츠조선DB

"상황이 열악했지만 이런 고민들이 알려지길 바랐다. 저 같은 희생자가 다시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배우 한예슬은 많은 취재진 앞에서 결연한 태도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여배우의 당찬 직설 화법은 화제가 됐다.

지상파 방송사의 평일 프라임 시간대 드라마에 출연 중이던 여주인공이 촬영을 거부하고 돌연 바다 건너 미국으로 떠난 사실에 놀라움과 분노를 표출했던 사람들은 그녀가 백배사죄하고 눈물로 읍소할 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당당하고도 의기양양한 태도에 팬들은 적잖이 당황했고, 일부에선 의외의 반응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녀가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는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투신한(?) 영웅으로 비쳐진 것이다. '한다르크'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가 KBS2 '스파이 명월' 촬영에 복귀해 드라마는 종영이 됐다.

그러나 그녀의 당찬 소신은 이제 자기 합리화를 위한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았다는 인상만을 심어주고 있다.

한국 방송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 문제가 '한예슬 사태'를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드라마 제작 여건 개선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할 목적으로 한예슬과 고영탁 KBS 드라마제작국장을 올해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이에 한예슬의 국회 출석 여부가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한예슬의 소속사 관계자는 지난 15일 처음에는 한예슬이 몸 상태가 안 좋아 조만간 미국으로 갈 것 같다며 국회 출석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한예슬이 이미 미국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국회 출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한예슬의 국감 참고인 채택 소식은 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종방연이 있던 지난 6일 전해졌다. 그녀가 그간의 일로 인해 심신에 쌓인 피로를 추스르고자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고 하지만 "저 같은 희생자가 다시 나오질 않길 바란다"는 의기양양한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의문이 든다.

매년 거론되는 '국감 무용론'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드라마 제작 여건 개선책 마련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녀가 불러온 사태에 정작 본인이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 문방위 관계자는 "한예슬 사태가 방송계 전반에 걸친 현안을 다루는 촉발제가 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런 사태의 주인공은 지금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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