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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현장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다구요. 첫 회가 방영되고나서 삐걱대기 시작했죠."
이번 사태는 한예슬과 방송사, 외주제작사간의 삼각 갈등에서 비롯됐다. 책임의 경중을 떠나 시청자를 볼모로 서로 물고 물리는 신경전을 벌이며 결국 '대참사'를 빚은 것이다.
'스파이 명월'은 한예슬이 여주인공으로 나서면서 방송 전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녀가 뺑소니 혐의로 곤욕을 치르는 과정에서 방송사는 그녀를 믿어줬고, 제작사 또한 KBS 극본 공모 당선작에 대한 기대감 속에 제작에 적극적이었다. 한 배우는 한예슬의 스타성을 믿고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첫 회 방송이 나가고 시청률 성적표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언론의 혹평이 계속되고 급기야 5.9%(AGB닐슨)이라는 '굴욕의 시청률'을 받아들자,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제작사 측은 조금씩 PD의 연출력을 문제 삼았고, 한예슬 역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에 본인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연출자인 황인혁 PD 또한 저조한 시청률에 내홍까지 더해지면서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한예슬과의 불화설을 야기하며 곤란한 처지에 이르게 됐다. 특히 한예슬의 지각 사태 등 촬영장의 일련의 상황이 언론에 여과 없이 노출되면서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KBS는 자사 소속 PD와 갈등을 겪은 한예슬이 좋게 보일 리 없고, 그 가운데서 애매 모호한 입장을 보이는 제작사에 대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예슬이 촬영장을 이탈하면서 드라마는 파행으로 치닫고, 한예슬과 방송사, 제작사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것이다.
17일 그녀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KBS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하고 드라마 촬영에 복귀했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을 완전히 허물지는 못한 채 '갈등의 불씨'를 떠안고 남은 항해를 계속하게 됐다. KBS 내부 PD들의 한예슬 복귀에 대한 서로 다른 목소리와 스태프들의 성명 발표, 남자주인공 에릭의 심경 고백, 한예슬의 부족한 사과 등이 그 근거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