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임정식의 시네마 오디세이] 볼거리 '아바타' 능가, 감정 교류없어 아쉬워

임정식 기자

기사입력 2011-07-01 22:03


볼거리로만 치면, '트랜스포머3'(감독 마이클 베이)와 비교할만한 영화는 거의 없다. '아바타'가 3D 영상으로 지구촌 극장가를 휩쓴 후에 나온 가장 강력한 3D영화다. 속도감이나 캐릭터의 에너지 면에서는 '아바타'보다 한 수 위다. '아바타'를 모방해 부랴부랴 3D영화로 찍은 영화들과 차원이 다르다.

구체적인 예를 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대결, 스포츠카-로봇-스포츠카로 이어지는 범블비의 3단 변신, 윙 수트를 입고 인간새로 변신한 궁인들의 비행, 40도로 기울어진 빌딩의 아슬아슬한 탈출 장면 등이다. 이 장면들의 생생함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영화가 왜 소설과 같은 인쇄매체보다 더 대중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영화의 구성은 전통적이다. 대부분의 블록버스터가 그러하듯 귀납적이다. 시간 흐름과 공간 이동 , 인물과 로봇의 대결 과정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넓게 그물망을 펼친다. 조금씩 이야기의 폭을 좁히다가 후반부에 갈등을 집중시킨다.

시간부터 보자. 인간의 달 착륙과 관련이 있다. 외계에서 날아온 비행 물체와 관련된 극비 정보다. 여기에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 구도와 우주 개발 경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을 거쳐 현대에 이른다. 공간도 우주 전쟁의 축소판처럼 짜여져 있다. 미지의 별에서 벌어진 우주 전쟁이 빌미가 된다. 이어 지구촌 각 대륙을 거쳐 미국 시카고의 도심으로 좁혀진다. 여기서 지구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면전이 벌어진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대결이다. 물론 인간인 샘 윗윅키(샤이아 라보프)의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후반 30분 압도적으로 펼쳐지는 시카고 시가전의 의미다.

이 30분의 전투 장면은 숨 막힐 정도로 압도적이다. 시리즈 완결편의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액션의 현란함, 속도, 정교함 등 모든 면에서 할리우드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그물의 어딘가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하다. 심지어 지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끈한 액션만 이어질 뿐, 감정의 교류가 없기 때문이다. 1편에서는 주인공 샘 윗윅키를 중심으로 한 오토봇 군단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 범블비 사이에 끈끈한 정이 있었다. 아쉽게도 3편에서는 온기를 느끼기 힘들다. 인물과 로봇들은 영화 안에서 자신의 역할만 충실히 이행할 뿐, 그들 사이에는 감정 교류가 없다. 당연히 관객들이 감정 이입할 대상도 없다.

샘과 칼리 스펜서(로지 헌팅턴 휘틀리)의 멜로도 마찬가지다. 샘은 죽음을 무릅쓰고 납치된 칼리를 구하러 간다. 그런데 그는 이유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이는 멤버 교체와도 관련이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4:낯선 조류'와 비슷한 과정이다. 두 영화는 주연 여배우가 바뀌면서 새 멤버가 투입되고, 새로운 멜로 라인을 만들었다. 그런데 전편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이 설정이 낯설게 다가온다. 시리즈 영화 제작의 어려움 중 하나다. 마이클 베이 감독도 이 덫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너무 많은 로봇의 등장, 샘 부모의 어설픈 코미디, 직장에서의 비현실적인 에피소드 등은 꼭 필요한 장면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로봇들의 전투 장면만 계속되는 것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면서 피로감을 느끼고, 나중에는 자극이 무뎌지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트랜스포머3'가 현재까지 나온 2011년 최고의 상업영화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영상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상차림이다. 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엔터테인먼트팀dad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