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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감독 전재홍)는 작품의 안과 밖에서 두루 살펴보게 되는 영화다.
그러나 '풍산개'를 이런 외적인 맥락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결국은 전재홍 감독의 영화다. 그가 스승의 시나리오를 어떻게 소화해서 자기 작품으로 빚어냈느냐가 초점이다. 그 결과는? '김기덕 키드'인 전 감독이 '탈 김기덕'의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말할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 비결은 유머와 멜로다. 김기덕 사단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다. 유머와 멜로가 영화 안에 완전히 무르녹아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스승이 걷지 않은 새 영토를 개척하고, 이를 적절히 버무려 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여기서 조심할 게 있다. '풍산개'가 김기덕이라는 이름을 지우고도 여전히 매력적인가 하는 점이다. 가능성과 함께 한계 혹은 허점도 동시에 드러낸다.
물론 남북 대결도 중심축이다. 정보기관 요원과 간첩의 대결로 표현된다. 김기덕이 연출, 제작한 영화들에서 동시대 상황이 이처럼 전면화된 적은 거의 없었다.'수취인불명'(2001)이 기지촌 양공주와 혼혈아의 식민지적인 삶을 담은 것이 눈에 띌 정도다.
남북한 요원들은 풍산에게 끊임없이 '넌 어느 편이냐'고 묻는다. '협조하면 제3국으로 보내주겠다'고 제안하고, 고문도 자행한다. 그런데 영화는 끝까지 풍산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분단 상황에 대한 감독의 고민과 희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풍산개'의 장르는 복합적이다. 액션과 멜로, 코미디가 혼재돼 있다. 기존의 김기덕 영화에 비해 단조롭지 않다.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보면 어색한 점이 눈에 띄지만, 그것들이 이뤄내는 리듬은 꽤 자연스럽다. 그러나 지하실 장면은 과유불급이다. 풍산은 남북한 요원들을 지하 창고에 가두고, 그들끼리 피 튀기며 싸우게 만든다. 감독의 의도는 명확하다. 하지만 너무 작위적인데다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강요하는 연출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묘사, 요원들의 어설픈 애국심 표현, 룸살롱 양주 파티 등도 매끄럽지 않다.
윤계상의 연기는 괄목상대의 대상이다. 그는 대사 한 마디 없으면서도 날렵한 육체의 움직임과 눈빛만으로 영화를 무게감 있게 이끈다.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기쁨을 안겨준다. 엔터테인먼트팀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