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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제 정신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더군요. 하지만 해야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고(故) 차범석의 대표작인 '산불'은 박 대표에게는 '존재의 이유'나 다름없는 작품이다. 70년대 후반 고교생 시절 광주에서 연극 '산불'을 보고 인생의 항로를 결정했다. 곧바로 무작정 상경해 연극계에 입문했고, 고인을 만나 정신적 스승으로 평생을 모셨다. 박 대표의 오늘을 있게 하고, 그를 지켜주는 신앙이 바로 '산불'인 셈이다. 지난 2007년 '산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댄싱 셰도우'를 만든 것도, 이번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국립극장에 올린 것도 어찌보면 예정된 운명이었으리라.
해외스태프와의 협력으로 만든 '댄싱 셰도우'는 7년을 준비한 야심작이었지만 그에게 25억원 적자라는 처참한 결과를 남겨주고 막을 내렸다. 화가 나 아름드리 나무 등 7억원짜리 무대세트를 몽땅 태워버렸다. 무대가 어찌나 컸던지 태우는 비용만 600만원이 들어갔다.
웬만한 제작자라면 집념을 접을 만도 하다. 주위에서도 "'산불'에 대해, 고 차선생에 대해 당신은 충분히 도리를 다했다"고들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멈추지 않았다. 대극장 연극 '산불'을 올린 데에도 사실 이 작품을 다시 뮤지컬로 만들겠다는 꿈이 숨어있다.
"나중에 다시 뮤지컬로 만들 때 어떻게 해야하나 고심하면서 첫날 공연을 봤어요. '댄싱 셰도우'가 보편성을 강조하다보니 원작의 정서가 좀 가려잖아요? 다시 만들게 될 뮤지컬 '산불'에선 원작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을 생각입니다."
박 대표는 늘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2005년 '아이다'를 국내 최초로 6개월 장기 공연했고, 2007년 '댄싱셰도우'로 해외스태프와 첫 협력을 시도했다.
"제작자는 남들이 하지 않은 스타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대극장 연극 '산불'도 그런 맥락입니다. 손해나면 뮤지컬에서 벌어 메우면 되잖아요. 3, 4년 하다보면 연극에서도 뮤지컬 못지않은 '대박'이 터질거라고 확신합니다."
든든한 맷집의 소유자이긴 하지만 그도 인간이다. "요즘 난데없이 불면증이 생겼어요. 새벽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곤해요. 남들이 '봐라, 꼴 좋다. 그래서 우리가 대극장 연극 안 하는 거다'란 말을 들을까봐 긴장했나봐요. 그래서 더 열심히 표를 팔러 다니고 있습니다.(웃음)"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