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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라건아 딜레마? 다시 시작.'
일각에서는 그동안 대표팀에서의 공헌도, KBL 리그 흥행 공로 등을 감안해 일반 국내선수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10개 구단이 머리를 맞댄 이사회에서는 큰 이견 없이 국내선수로의 전환은 무산됐다. 예견된 결과였다. 라건아를 국내선수로 인정하기에는 구단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게 많았다. 무엇보다 라건아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국내선수로는 너무 월등했다. 2023~2024시즌 플레이오프에서 KCC가 챔피언에 등극하는 과정에서 입증됐듯, 라건아는 'PO 보증수표'라는 옛 명성을 입증했다. 정규리그때 밋밋했던 활약과 비교하면 계약 종료를 의식해 포스트시즌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라건아가 국내선수 2명 몫 이상을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라건아가 국내선수로 분류돼 특정팀에 입단하면 나머지 9개팀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경계하기 십상이다. 특별 드래프트를 할 것인지, 완전 자유계약(FA)을 풀 것인지 등 입단 방식을 정하는데도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연간 13억원(연봉+부대비용 포함) 가량의 인건비가 부담이다. 나이를 감안해 줄이더라도 기존 국내선수 최고 연봉에 육박할 뿐 아니라 샐러리캡을 맞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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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른 구단들이 라건아를 영입해야 하는데 녹록하지 않다. 현행 외국선수 규정에 따르면 팀당 2명의 외국선수 샐러리캡은 80만달러(1인 최대 60만달러)다. 최대 60만달러를 줘야 하는 '1옵션' 용병으로 라건아를 선택하는 건 커다란 모험이다. 지난 시즌 '부러운 1옵션'으로 평가받은 패리스 배스(29·KT), 디드릭 로슨(27·DB), 게이지 프림(25·현대모비스) 등을 보더라도 20대 젊은 선수를 선호하는 추세다. 종전 최고 용병인 자밀 워니(30)도 20대 중반인 2019년 SK에 입단해 황금기를 보냈다.
결국 라건아가 국내 잔류를 희망한다면 선택지는 '2옵션'이 유력하다. 라건아가 "'2옵션'도 괜찮다. 한국서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라건아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연봉 대폭 감소도 감수해야 하는 데다, '2옵션' 라건아에 맞는 환경을 맞춰줘야 해서 실현 가능성에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라건아는 국내에서 안 되면 일본 등 해외리그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 외국선수 자격이라 해외 진출은 더 자유롭다. 한 구단 관계자는 "3년 전 특별 드래프트때 신청팀이 KCC 1곳뿐이어서 자동 계약이 될 정도로 라건아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카드다. '2옵션'을 찾는 구단들의 눈치작전 고민도 라건아 본인 못지 않게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