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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스승 vs 제자', '형 vs 아우', '0%를 향한 도전 vs 최초를 위한 승부'
감독과 선수, 그리고 구단에 얽힌 서사들이 차고 넘친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복잡하게 얽힌 인연의 끈이 어떻게 풀릴 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울 듯 하다.
본격적인 승부를 앞두고 25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논현동 KBL센터 5층 교육장에서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양팀 감독(송영진 KT 감독, 전창진 KCC 감독)과 주요 선수들(KT-허훈 문성곤, KCC-허웅 송교창)이 참석해 우승에 대한 출사표와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밝혔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속에 날카로운 승부욕이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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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송영진 감독에게나 17시즌 만에 다시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KT에나 모두 '첫 우승 도전'이다.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송 감독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올라왔다. 선수 시절을 함께 보낸 전창진 감독님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감회가 새롭고 영광스럽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지난 2001년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창원 LG에 입단했다가 2004~2005시즌 후 FA 보상선수로 부산 KTF(KT 전신)로 이적하게 된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커리어의 전성기를 연 송영진은 2008~2009시즌을 마친 뒤 새로 부임한 전창진 감독을 만나 커리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며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게 된다. 2014~2015시즌을 마칠 때까지 전 감독 밑에서 맹활약했다.
이후 9년 만에 감독으로서 챔피언결정전에서 대결을 펼치게 된 것. 송 감독은 "전 감독님은 나의 선수 시절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신 베테랑 감독님이다. 챔피언전에서 만나게 돼 영광스럽다"면서도 "비록 내가 존경하는 감독님이지만, 승부는 승부니까 꼭 뛰어 넘어서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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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전 감독은 '배수의진'을 치고 챔피언결정전에 나섰다. 전 감독은 "모기업인 KCC가 농구단에 많은 투자를 하는 건 영업이익을 위해서 아니다. 국민의 여가선용과 농구 팬을 위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구단들의 시기나 질투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를 과감히 했다. 이런 팀이 많이 나와서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부산으로 이전하며, 농구 열기를 많이 끌어올렸다. 이런 이유로 꼭 우승해야 하고, 팬을 위해서라도 우승할 것이라 믿는다"며 우승에 대한 당위성과 의지를 밝혔다.
이어 전 감독은 "4차전으로 시리즈를 끝내고 싶다고 한 것도 부산 홈팬에게 우승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그게 시즌 마지막 목표다"라며 "송영진 감독은 선수로 있을 때도 투철한 정신력과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 벤치 매너도 좋고, 어떤 젊은 감독보다 냉철하고 경기 운영도 잘 한다. 챔프전에서도 잘 해서 서로 멋있는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잊지 않았다.
'0%'를 향한 도전이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5위팀이 플레이오프를 뚫고 올라가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차지한 사례는 없다. 전 감독은 '마지막 승부'에서 '역대 최초'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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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의 인연 못지 않게, 양팀의 핵심 선수들의 사연도 깊다. KCC를 이끄는 허웅과 KT의 야전사령관 허훈. 불명예스럽게 일선에서 물러난 '농구대통령' 허재 전 농구대표팀 감독의 두 아들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서로를 향해 승부욕을 끌어올리고 있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형인 허웅이었다. 그는 "형제 대결이라고 많은 관심을 주시는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힘들게 온 만큼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절실하게 임하겠다. 반드시 부산 팬 앞에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허훈 역시 "생애 첫 챔프전이다. 6강과 4강에서 어렵게 올라와서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크다. 최선을 다해 재미있고, 후회없는 경기를 하겠다. KCC에 단 한번이라도 지기 싫어서 4대0으로 끝내고 싶다. 우승만 한다면야 부산이든 수원이든 어디든 상관없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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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허훈은 "모함이다. 형은 빨리 먹고 가려고 금세 나오는 불고기를 시켰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허웅이 곧바로 "그렇지 않다. 나는 감독님 생각해서 불고기로 한 건데, 동생은 '감독님이 사주는데 무슨 불고기냐. 등심 5인분 시키자. 이런 기회가 없다'고 했다. 허훈은 둘이 갈 때도 막 8인분씩 시키고 그런다. 다 못 먹고 남길 때도 많다"고 증언했다.
졸지에 '욕심 많은 동생' 캐릭터가 된 허훈은 "더 말해봐야 불리할 것 같으니 여기서 그만하겠다"면서 "죽기살기로 챔프전에 임하겠다. 형도 멋있고 좋은 플레이를 하면서 좋은 마무리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허웅은 "챔프전 형제대결은 가문의 영광이다. 서로 힘들게 왔고, 원하는 목표들이 있다. 훈이나 나나 적지 않은 부상이 있으니 다치지 않고,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논현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