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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멈추지 않는 파죽지세.'
정규리그 우승팀이자 MVP(최우수선수) 이선 알바노가 버틴 DB를 기선 제압하는데 성공한 KCC는 4강전 1차전 승리 시 챔프전 진출 확률 78.8%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여기에 정규리그 맞대결 1승5패의 열세도 완전히 뒤집었고, DB의 우승 현장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등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경기 시작 전부터 두 팀의 만남은 흥미 만점이었다. 정규리그 우승팀 DB는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 92%에 도전하고, 5위 KCC는 역대 처음으로 '5위팀의 챔프전 진출'을 노렸다.
DB는 6시즌 만에, KCC는 3시즌 만에 4강 진출을 하는 등 최근 몇년 새 팀 성적은 과거만 못하지만 알고 보면 PO 무대가 전혀 낯설지 않은 팀들이다. KCC는 역대 정규리그 우승 5회, 챔프전 우승 5회의 과거사를 갖고 있다. DB 역시 정규 우승 6회, 챔피언 3회로 1990~2010년대 KCC, 울산 현대모비스와 함께 한국농구연맹(KBL) 리그를 호령한 명가였다.
두 팀을 이끄는 사령탑 역시 PO 전문가들이다. 전창진 KCC 감독(62)은 이번 시즌 포함, 개인 통산 14번째 PO이고 정규 우승 5번, 챔피언 3번을 조련했던 명장이다. 김주성 DB 감독(45)은 초보 사령탑이지만 DB '원클럽맨' 선수 시절 PO 13회, 정규 우승 5회, 챔피언 3회 등 DB의 황금시대 중심에 있었다.
그런 두 감독에게 이번 4강전에서 어김없이 따라붙은 수식어가 있다. '사제대결.' 한데 전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라커룸 미디어 미팅에서 하소연을 했다. "제발, 사제대결이란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전 감독은 "상대는 정규 우승팀이고, 나는 정규 5위밖에 안된다. 리그 성적에서 이미 급이 다른데 사제대결이니, 내가 나이 많고 경험이 많으니 그런 게 무슨 소용있느냐"며 먼저 제자 김 감독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전 감독은 "과거 강동희(DB 감독 시절), 김승기(정관장 감독 시절)와도 PO에서 만났을 때 '사제대결' 꼬리표가 붙었은데 모두 패했던 기억이 있다"며 '사제대결'의 아픈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대신 전 감독은 "우리 팀은 우승을 하지 못하면 또 욕 듣는다. (정규리그때 슈퍼팀을 갖고도 성적이 5위밖에 안된다고)욕을 실컷 먹지 않았나"라며 "욕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1차전을 일단 이겨놓고 보겠다"고 스승이 아닌 '도전자'의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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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의 초반 승부수가 통했다. 김주성 감독은 경기 전 경기감각을 우려했다. 4강에 일찍 선착해 충분한 휴식·준비 시간을 벌었지만 쉰 만큼 실전감각이 식었을까봐 그랬다. 김 감독은 "1쿼터 5분 정도 감각을 되찾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 감독은 "명색이 우승팀인데, 무슨 감각 걱정을 하나. 우리는 그와 상관없이 1쿼터에 승부수를 걸겠다"면서 "상대 '원투펀치'인 디드릭 로슨-이선 알바노의 합산 득점을 40점대로 막는데 사활을 걸면 승산이 있다"고 수비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김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기보다 전 감독의 의중이 적중했다. KCC는 1쿼터부터 맹렬했다. 특히 리바운드 집중력이 DB를 압도했다. DB는 로슨-김종규-강상재의 트리플 타워를 자랑하지만 KCC의 이승현-최준용-송교창의 빅라인 포워드도 만만치 않다. 특히 6강전부터 부상에서 회복한 송교창이 리바운드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기선제압을 리드했다. 여기에 KCC는 6강에서 맹위를 떨쳤던 '양궁농구'를 일찍 가동했다. 1쿼터에만 6개의 3점포를 꽂아넣으며 27-16, 초반 리드에 성공했다. 2쿼터 기이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외곽포에 당했던 DB가 '거저먹기'라는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하는(알바노) 대신 3점슛만 5개 연속 적중시키며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PO 베테랑 라건아가 펄펄 날아오른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DB산성' 높이가 장점인 DB가 외곽포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고, 로슨의 고군분투에 의존하는 엇박자를 보이면서 KCC를 좀처럼 따라잡지 못했다. 3쿼터를 마쳤을 때, 스코어는 이미 20점 차(78-58). 6강전에서 SK를 마구 몰아쳤던 KCC의 폭주는 4쿼터에도 변함 없었다.
두 팀은 오는 17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원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