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매치'의 승리팀은 결국 김정은의 전 소속팀인 우리은행이었다.
이날 경기의 포인트가 된 선수는 단연 하나원큐의 김정은이었다. 하나원큐의 전신인 신세계에서 2006겨울 시즌에 데뷔, 11년간 뛰었던 김정은은 우승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FA 이적을 했다. 6년간 우리은행에서 4번의 정규리그 1위와 2번의 챔피언 반지를 낀 김정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FA 자격을 얻어 친정팀에 복귀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 얼마든 우승에 또 도전할 전력을 가진 우리은행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데뷔한 팀을 좀 더 강하게 만들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또 하나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지난 5일 삼성생명과의 개막전에서 입술이 터지고, 이빨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이날 경기는 당연히 나오기 힘든 것으로 보였다. 우승의 기쁨과 영광을 안겨준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이 다음으로 미뤄질 상황, 그러나 놀랍게도 김정은은 임시 치아를 끼고 부푼 입술을 한 힘든 상황임에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인 우리은행 선수들이 놀란 것은 물론이고, 베테랑의 강한 의지에 하나원큐의 후배들도 마음을 다잡을 수 밖에 없었다.
김정은의 의지는 1쿼터부터 강했다. 자유투를 시작으로 3점포와 골밑슛 2개로 혼자서만 8득점을 쓸어담았다. 또 수비에선 절친한 팀 동료에서 이제는 적으로 만난 우리은행의 베테랑이자 에이스 김단비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개막전에서 유승희의 시즌 아웃 부상으로 가뜩이나 분위기가 떨어진 우리은행은 김단비가 막히자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나원큐 역시 전반 5개의 3점포를 성공시켰지만 우리은행의 강한 골밑 수비를 공략하지 못하며 28-27, 1점차 리드로 전반을 마쳤다.
51-51로 맞선 경기 종료 1분 19초 전, 우리은행은 이명관이 골밑슛으로 재역전을 시켰고 박지현의 레이업슛까지 더해지면서 어려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단비는 6득점으로 막혔지만, 21득점-12리바운드-8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급의 활약을 펼친 박지현이 빈틈을 확실히 메웠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