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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부산 KCC가 결승에 올랐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우승을 다툰다.
KCC는 알리제 존슨이 무려 40득점(18리바운드)을 터뜨렸고, 최준용이 16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허 웅은 23점을 몰아넣었다. 4쿼터 승부처와 연장 승부처에서 맹활약했다.
KT는 패리스 배스가 27득점, 14리바운드, 정성우가 23득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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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승현이 있다. 라건아의 노쇠화 현상이 있긴 하지만, 다재다능한 엘리제 존슨을 데려오면서 매력적 공격 농구의 틀을 갖췄다.
지난 LG전에서는 압권이었다. 끊임없이 달리는 농구로 리그 최상급 센터 아셈 마레이가 버틴 LG를 잡아냈다. 91대89, 2점 차 승리였지만, 4쿼터 중반까지 경기내용을 보면 KCC는 압도적이었다. 4초 안에 처리되는 공격이 많았다.
공격 틀은 매우 '이상'적이다. 엘리제 존슨과 최준용이 사실상 메인 핸들러다. 두 선수의 패싱과 득점이 공격 패턴의 핵심이다. 다재다능하고 빠르다. 속공과 얼리 오펜스가 원활하다. 허 웅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만들었고, 이승현도 잘 어우러지고 있다. 단, 구조적으로 골밑 수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LG전에서 KCC는 강력한 더블팀으로 대응책을 보였다.
KCC의 실제 약점은 2대2 수비다. 외곽 이호현과 허 웅, 그리고 존슨(혹은 라건아)과 이승현의 합이 잘 맞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까지 수비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 쉽게 2대2 공격을 허용하고, 외곽 3점슛 찬스를 내준다.
전반, KT는 KCC의 이런 약점을 공략했다. KCC의 수비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정성우 한희원이 3점포가 터졌다. 배스는 3점슛 5개를 모두 놓쳤지만, 10득점을 집중시켰다.
KT 배스는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인데, 득점력은 정평이 나 있다. 매우 정확한 3점포 능력을 지녔다. 게다가 화려한 드리블링, 페네트레이션, 거기에 따른 패싱 능력도 있다.
1쿼터 27-20, KT가 앞서나갔다.
단, KCC는 2쿼터부터 얼리 오펜스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존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감한 속공과 돌파로 전반에만 무려 11개의 자유투를 얻었다. 단, KCC는 여전히 외곽의 스크린 대처 수비가 문제였다.
볼 핸들러에게 쉽게 공간을 허용했고, 여기에 따른 파생효과로 KT는 효율적 공격을 했다. 전반 41-39, 2점 차 KT의 리드. 게다가 KCC는 2쿼터 1분37초를 남기고 속공을 시도하던 전준범은 왼발목 부상을 입고 들 것에 실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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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쿼터 초반 KCC 존슨이 원맨쇼를 하기 시작했다. KT는 2옵션 외국인 선수 마이클 에릭이 들어왔다. 속도에서 존슨을 잡을 수 없었다. 이호현이 3점슛 2개로 힘을 보탰다.
잇단 속공 득점으로 KCC가 치고 나갔다. 하지만, KT가 배스가 들어오자, 다시 팽팽한 접전.
신인 드래프트 1순위 문정현의 3점포가 터졌다. 문정현은 이때까지 2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는데, 매우 의미있었다. 그는 다재다능하지만, 외곽슛에 약점이 있다는 평가. 실제, 3점슛 성공률이 대학 시절에도 매우 저조했다.
결국 67-66, 1점 차 KCC의 리드. 마지막 배스는 강력한 골밑 돌파로 득점과 보너스 자유투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최준용은 블록슛을 시도했고, 반칙이 선언됐다. 이 장면은 억울할 만하다. 최준용은 뛰어난 높이로 블록슛을 시도, 배스가 그대로 뚫고 득점을 성공시켰는데, 별다른 신체 접촉이 없었다. 지난 LG전에서도 최준용은 두 차례 석연치 않은 파울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단, 최준용의 이런 세로 수비 능력은 KCC에 상당히 유용하다. 라건아의 노쇠화가 심화된 상태에서 엘리제 존슨이 1옵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골밑의 높이에 문제가 있는데, 최준용의 세로 수비 능력은 KCC 수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3쿼터는 67-66, 1점 차 KCC의 리드.
경기는 팽팽했다. 4쿼터 KCC는 3-2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KT의 공격력은 둔화됐다. KCC는 존슨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다. 이호현 외에 3점슛 지원이 거의 없었다. 최대 강점은 트랜지션 역시 KT의 끈질긴 수비에 폭발력이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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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43.4초를 남기고 86-84, KCC의 리드. KT는 정성우가 골밑 돌파로 동점을 만들었다.
KCC의 마지막 공격. 잇단 공격 리바운드 이후 존슨이 감각적 플로터를 던졌지만, 림을 통과하지 못했다. 연장 돌입.
정창영의 자유투 1득점, 최준용의 미드 점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KT는 정성우의 코너 3점포로 응수. 이때, 최준용이 문정현을 상대로 1대1에 성공, 파울까지 얻어냈다. 문정현의 수비 미스였다.
최준용이 슛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문정현의 팔이 수직으로 뻗지 못하고 애매한 65도 각도로 내려져 있었다. 당연히 최준용의 공격자 실린더를 침범했고, 파울이 불려졌다. 수비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대형 신인이라도 코트에 내세울 수 없다. 실제 프로 초년병들은 수비의 기본적 동작 미비로 쓸데없는 파울을 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수비 기본기는 문정현이 꼭 보충해야 할 부분이다.
허 웅이 단독 속공으로 바스켓 카운트, 3점 플레이를 완성했다. 수비에서는 이승현이 매우 강력한 활동력으로 마지막 힘을 짜냈다. 연장 종료 1분56초를 남기고 KT 배스가 테크니컬 파울을 범하면서 KCC가 승기를 완전히 잡았다. 최준용은 감각적 비하인드 백패스로 허 웅의 속공을 도우면서 사실상 경기를 끝냈다.
4강에서 탈락했지만, KT의 전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SK와 KCC의 2강을 위협할 만한 전력이 된다. KT는 상무에서 제대할 허 훈, 문성곤, 하윤기 등 빅3가 없는 상황에서 대회를 치르고 있다.
1옵션 배스는 기대했던 득점력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드라이브 인, 터프한 몸싸움까지 이겨내는 경기력을 보여준다. 패스도 수준급이다. 허 훈과의 호흡이 기대된다. 게다가 정성우 문정현 이두원 등 수비에서 끈끈한 모습을 보이며 4강에 진출했다. 허 훈과 배스의 원-투 펀치. 문성곤을 중심으로 한 수비조직력, 여기에 하윤기가 배스의 약점인 골밑 지배력을 뒷받침한다면, 올 시즌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KCC는 '양날의 검'과 같은 경기력을 보였다. 복수의 프로농구 감독들은 "KCC가 흐름을 타면 아마 막을 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비의 약점이 노출된다면 승부처에서 애를 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여전히 강력한 트랜지션에 기반한 얼리 오펜스는 파괴력이 넘쳤다. 단, 외곽 수비의 약점, 거기에 따른 골밑 세로 수비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게다가 2대2 수비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고, 이승현과 정창영을 제외하면 수비의 끈끈함과 활동력이 부족했다. 다행히 이승현은 이날 승부처에서 짐승같은 활동력을 기반으로 보이지 않는 공헌도를 극대화시켰고, 정창영은 공수에서 매우 안정적이다.
KCC는 결승에 올랐지만, 경기 내용은 반성할 부분이 많다. 결과가 말해준다. '빅3'가 빠진 KT에게 고전을 거듭, 연장 혈투 끝에 승리했다. 핵심 원인은 수비다. 트랜지션을 바탕으로 한 부수는 공격농구를 한다고 해도,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요한 정규리그 승부처, 플레이오프에서 무너질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KCC는 여전히 라건아 딜레마가 있다. 골밑을 책임져야 할 라건아가 급격히 노쇠화된 상황에서 농구의 기본인 수비의 이같은 부분을 보충하지 못하면 아무리 호화멤버라도 KCC의 우승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군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