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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원장님이 왜 거기서 나와?"
"병원 진료도 바쁘실텐데, 이 먼 곳까지 어쩐 일이세요?"라는 주변의 안부 인사에 가쁜 숨을 고르며 내뱉은 차 원장의 대답은 간결했다. "선수들이 눈에 밟혀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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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숨돌릴 겨를이 없었다. 서둘러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 사이 선수단 숙소에서 일일이 근육 상태 등을 체크해주겠다며 초음파 진료기 등 의료장비를 승합차에 싣고 왔다. 차 원장이 전지훈련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방문하지 못했던 차 원장은 "올해만큼은 선수들 부상 예방을 위해 자투리 시간이라도 내기로 작정했다"며 고집스럽게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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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원장이 이처럼 농구에 '진심'일 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학 시절 의대 농구 동아리에서 활동할 정도로 '농구광'이었다. 상무 복무중인 KCC의 간판 송교창에겐 '농구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2021년 10월 22일 송교창이 대구 원정 경기 도중 왼손 4번째 손가락 뼈가 살갖을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했을 때다. 당시 금요일 늦은 밤이라 긴급 수술을 해 줄 병원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차 원장이 구세주가 됐다. 차 원장이 잘 알고 지내는 대구의 수부외과 명의를 연결해 준 덕분에 빠르게 성공적으로 수술할 수 있었다.
조진호 구단 사무국장은 "지난 시즌 경기 중에 정창영이 손을 살짝 다쳤을 때도 관중으로 경기 보러 왔던 차 원장이 빛의 속도로 벤치로 달려 내려와 친자식처럼 부상을 살펴준 적도 있었다. 열정만큼은 최고"라고 말했다.
차 원장은 "2년 전 유병훈이 고관절 염증이 심해서 고생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지금은 건강하게 훈련하는 걸 보면 흐뭇하다"면서 "처음엔 의사와 환자로만 만났던 선수들과 정서적 교감도 하는 관계가 되니 보람을 느낀다. 다음 시즌에는 내가 할 일이 없어도 좋으니 별 부상 없이 보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태백=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