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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4강 PO, '인연의 대결'이라 불리는 이유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3-03-08 11:13 | 최종수정 2023-03-08 11:14


여자농구 4강 PO, '인연의 대결'이라 불리는 이유는?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지난 6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4개팀 감독과 주요 선수들이 트로피를 배경으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인연을 극복하라!'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가 11일 시작된다.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과 4위 신한은행, 그리고 2위 BNK썸과 3위 삼성생명이 각각 3전 2선승제의 대결을 펼쳐 챔피언 결정전에 나설 두 팀을 가리게 된다. 이번 매치업 상대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기는 '김(金)의 전쟁'이다. 김단비가 무려 15년을 뛰었던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으로 FA 이적했는데, 대신 김소니아가 보상 선수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이 인연은 시작됐다. 김단비는 데뷔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에 올랐고, 김소니아 역시 본인의 역대 첫 득점왕 수상을 했으며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베스트5 포워드 포지션에 나란히 뽑히는 등 대표적인 '윈윈 게임'이 됐다.

김단비와 김소니아가 이번 대결에서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실력적으론 검증이 불필요하고,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김단비가 '친정팀'에 대한 부담감이 여전히 큰 편이다. 16년차 베테랑임에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기에 이를 떨쳐내야 한다"고 하고,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김단비의 부담감을 덜어주는게 내 역할"이라고 말할 정도다. 신한은행의 부진으로 '봄 농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약점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에는 숱한 우승 경험을 한 조력자들이 풍부하다. 김단비가 "이들에게 묻어가겠다"고 한 농담이 절반은 맞은 셈이다. 게다가 부상으로 코트를 들락날락 했던 박혜진 최이샘 등 주전들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한껏 경기 체력과 슛감을 끌어올렸고, 시즌 내내 출전 시간 조절로 체력을 비축한 김정은이 건재한 상황이라 확실히 우위에 서 있는 것은 맞다.

김소니아는 새로운 팀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내며 확실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 다른 이적생인 김진영과 더불어 팀의 '에너자이저'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특히 두 선수는 우리은행에 2패를 안겼을 때 각각 역대급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집요한 수비에 두 선수가 막혔을 경우 이를 풀어나갈 옵션이 별로 없는 것이 문제다. 두 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이 약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경은, 한채진 등 노장 듀오에 구 슬, 김아름 등의 외곽포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BNK와 삼성생명의 대결은 '삼성생명 전현직의 전쟁'이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과 박정은 BNK 감독은 삼성생명에서 2년간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여기에 지난 2020~2021시즌 PO와 챔프전에서 완벽한 '크레이지 모드'로 정규리그 4위팀을 우승까지 이끈 베테랑 김한별이 BNK로 트레이드 된 후, 역시 2년 연속 팀을 PO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생명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 박 감독과 김한별로선 반드시 친정팀을 넘어서야 하는 운명의 시간이다.


게다가 두 팀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4위 싸움을 치열하게 했고, 올 시즌에는 2위 쟁탈전을 펼쳤는데 두 차례 모두 BNK가 우위에 섰고 상대 전적에서도 4승 2패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분명 다르다. 삼성생명은 주전 가드 3명의 부상 이탈이란 악재에도 불구, 배혜윤이란 구심점에다 식스맨들의 분전으로 2년만에 PO에 다시 올랐다. 또 두 팀은 홈에서 각각 10승 5패로 절대적인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3차전까지 가야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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