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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극복하라!'
우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기는 '김(金)의 전쟁'이다. 김단비가 무려 15년을 뛰었던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으로 FA 이적했는데, 대신 김소니아가 보상 선수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이 인연은 시작됐다. 김단비는 데뷔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에 올랐고, 김소니아 역시 본인의 역대 첫 득점왕 수상을 했으며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베스트5 포워드 포지션에 나란히 뽑히는 등 대표적인 '윈윈 게임'이 됐다.
김단비와 김소니아가 이번 대결에서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실력적으론 검증이 불필요하고,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김단비가 '친정팀'에 대한 부담감이 여전히 큰 편이다. 16년차 베테랑임에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기에 이를 떨쳐내야 한다"고 하고,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김단비의 부담감을 덜어주는게 내 역할"이라고 말할 정도다. 신한은행의 부진으로 '봄 농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약점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에는 숱한 우승 경험을 한 조력자들이 풍부하다. 김단비가 "이들에게 묻어가겠다"고 한 농담이 절반은 맞은 셈이다. 게다가 부상으로 코트를 들락날락 했던 박혜진 최이샘 등 주전들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한껏 경기 체력과 슛감을 끌어올렸고, 시즌 내내 출전 시간 조절로 체력을 비축한 김정은이 건재한 상황이라 확실히 우위에 서 있는 것은 맞다.
BNK와 삼성생명의 대결은 '삼성생명 전현직의 전쟁'이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과 박정은 BNK 감독은 삼성생명에서 2년간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여기에 지난 2020~2021시즌 PO와 챔프전에서 완벽한 '크레이지 모드'로 정규리그 4위팀을 우승까지 이끈 베테랑 김한별이 BNK로 트레이드 된 후, 역시 2년 연속 팀을 PO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생명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 박 감독과 김한별로선 반드시 친정팀을 넘어서야 하는 운명의 시간이다.
게다가 두 팀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4위 싸움을 치열하게 했고, 올 시즌에는 2위 쟁탈전을 펼쳤는데 두 차례 모두 BNK가 우위에 섰고 상대 전적에서도 4승 2패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분명 다르다. 삼성생명은 주전 가드 3명의 부상 이탈이란 악재에도 불구, 배혜윤이란 구심점에다 식스맨들의 분전으로 2년만에 PO에 다시 올랐다. 또 두 팀은 홈에서 각각 10승 5패로 절대적인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3차전까지 가야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