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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박지수 딜레마'
KB스타즈는 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70대80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종료 1분 30여초를 남기고 60-53, 7점차의 다소 여유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동점까지 허용한 것이기에 그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날 패배로 공동 3위인 삼성생명과 신한은행과의 승차도 3.5경기로 다시 벌어졌다. 아직 8경기가 남아 있어 플레이오프 진출 도전을 계속해 나갈 여유는 있지만, 1패보다 더 뼈아픈 것은 '박지수 딜레마'를 또 다시 확인했다는 점이다.
KB는 공황장애를 딛고 돌아온 박지수가 올스타전 브레이크 기간을 활용, 컨디션을 끌어올리면서 비로소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4위 이상을 향한 본격 여정을 시작했다. 박지수의 맹활약은 물론이고 그녀의 존재감 덕에 한껏 흥이 오른 동료들의 플레이가 더해지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열린 삼성생명전에서 21점차의 대승을 거두며, 라이벌팀 감독이나 선수들로부터 "박지수 역시 무섭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KB 상승세의 전제 조건은 당연히 '건강한 박지수'라 할 수 있다. 공황장애는 물리적인 부상이 아니기에, 완쾌 여부나 시점을 예측하기 힘들고 컨디션의 들쭉날쭉함도 늘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현재 박지수의 몸상태가 적어도 30여분 정도는 뛸 수 있는 체력 상태까지 올라온 것을 감안하면, 결국 심리적인 컨디션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박지수가 10분 넘게 빠진 사이에 KB 동료들은 3쿼터에 역전에 성공하며 부담을 덜어줬다. 그러나 4쿼터에 다시 투입된 박지수는 쿼터 시작 3분만에 수비를 하다 충돌로 인해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당했고, 스스로 교체를 요구하며 벤치로 들어간 후 다시 나오지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승부처에 박지수가 투입되기 힘들다는 것을 안 KB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가진 반면 하나원큐 선수들은 이를 집요하게 노렸다. 4쿼터 막판 박지수가 없는 골밑을 양인영과 김예진 등이 마음대로 오가며 득점과 리바운드를 했고, 결국 4쿼터 리바운드 싸움에서 하나원큐가 11-5로 크게 앞선 끝에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어쨌든 KB가 다시 연승을 이어가기 위해선 박지수가 벤치에 있을 때에도 동료들의 흔들림 없는 경기력이 필수적이란 것을 새삼 다시 확인한 경기가 됐다. 그래도 외곽이 좀처럼 터지지 않자 허예은이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로 본인의 최다 득점인 20점을 넣었고, 김민정도 16득점으로 제 몫을 한 것은 다행이지만 박지수가 없는 사이 홀로 에이스 역할을 했던 강이슬이 이날도 7득점에 그치며 좀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KB는 오는 5일 우리은행과 대결한다.
청주=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