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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5연패 탈출보다, 이정현의 30득점보다 서울 삼성에 더욱 반가웠던 건?
그런데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나갔다. 경기 막판 KCC 추격에 위기도 겪었지만, 베테랑 이정현의 '해결사 본능'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승부처 활약 포함, 혼자 30점을 몰아친 이정현이 이날의 MVP였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친정팀과의 경기였고, 자신을 버리다시피 했고 허 웅과 이승현을 대신 영입한 KCC에 '나 아직 살아있다'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조우성이 중간중간 꼭 필요한 득점을 해주자 삼성 공격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됐다. 특정 포지션에서 찬스 때 득점이 생산되지 않으면, 상대가 그쪽을 비워놓고 다른쪽 수비로 집중할 수 있어 골치가 아픈데 이날만큼은 조우성이 공격에서 제 역할을 해주자 경기가 매끄럽게 풀렸다.
생애 첫 더블더블의 감격. 한 경기 최다 득점과 리바운드 기록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고양 오리온전에서 10점을 넣은 기록이 있어, 득점은 타이였지만 리바운드 10개는 커리어 하이였다.
지난 시즌 동국대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을 받고 데뷔했는데, 3라운드 선수가 더블더블을 기록한 건 KBL 역대 최초 기록이다. 조우성이 KBL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것이다.
국내 선수를 키우는 작업이 쉽지 않다. 점점 신인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진다. 특히 빅맨 포지션에서는 더하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몇몇 특출난 국내 센터 외에는 살아남기 힘든 무대가 됐다. 기껏해야 5~10분 뛰며 파울 하고, 거친 수비를 하는 게 전부인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조우성도 키가 엄청나게 크다는 강점이 있지만, 3라운드에 뽑힌 이유가 있었다. 느리고, 슈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KCC전에서 이는 선입견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강점인 높이와 힘을 살리면서, 미들슛 능력만 어느정도 장착하면 충분히 '롱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는 은희석 감독을 만난 건 조우성에게 큰 행운일 수 있다. 은 감독은 비시즌 가장 성실하게 훈련한 선수 중 한 명으로 조우성을 꼽았다. 약속대로 기회를 주고 있다. 조우성이 평생 기억에 남을 더블더블을 발판으로 훌륭한 토종 빅맨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