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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여자농구 최고의 매치업이 또 찾아왔다.
사실 이번 시즌 최고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어느 팀이 우리은행의 독주를 막아설 수 있는가라 할 수 있다. 박지수의 합류가 불투명한 KB가 단 1승만을 거두며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런 예상을 비웃고 첫 경기부터 삼성생명이 우리은행의 '딴지'를 제대로 걸었으니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두 팀의 대결은 대표적인 '창과 방패'의 경합이라 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경기당 75.4득점으로, 최근 6연승을 기록하며 신바람이 난 BNK(76.4득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우리은행은 경기당 58.8실점으로 6개팀 중 유일하게 50점대로 상대의 공격을 질식시키는 대표적인 수비의 팀이다. 물론 FA로 합류한 김단비의 득점력에 힘입어 경기당 74.3득점으로 공격력 또한 결코 뒤지지 않지만, 득실차가 무려 +15.5점일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차전에 85실점이나 했으니 우리은행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노릇이다. 하지만 이날 우리은행 벤치 분위기에서 나타났듯 일종의 '탐색전'과 같은 느낌이었다. 키아나 스미스가 합류한 삼성생명이 얼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지 충분히 살핀 후 앞으로 남은 정규시즌 5경기와 함께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 대결을 준비하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상대팀의 약점을 철저히 파악해 집중 공략하는 우리은행 벤치의 움직임이 이날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그냥 앉아서 당할 삼성생명은 아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최근 무릎 통증을 호소한 키아나를 20일 KB전에서 20여분만 뛰게 하며 컨디션 조절을 해줬다. KB의 전력이 약화된 이유도 있었지만, 우리은행전을 앞두고 굳이 무리시키지 않는 동시에 전력 노출을 최소화 시키는 의도도 있었다. 여전히 수비에선 약점을 보이고 있지만, 플레이의 판도를 읽는 한 수 높은 기량으로 동료들의 공격력을 배가시키고 있는 키아나가 역시 승부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2연승을 거둘지, 우리은행이 반격에 성공할지 그 결과와 관계없이 두 팀의 대결은 시즌 내내 최고의 흥행 카드임은 분명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