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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토종 가드들, 긴장 안하면 밥그릇 다 내줄 판.
흥행 측면도 생각했다. 필리핀 농구는 기본적으로 개인 기술을 중시하고 화려하다. 특히, 앞선의 가드들은 드리블 능력과 개인 기술이 한국 선수들에 비해 뛰어난 편이다. 톱니바퀴같은 조직력 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KBL 문화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카드였다. 조직력 농구는 감독들은 선호하겠지만,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지루하다.
그런데 이 필리핀 선수들의 가세가, 엄청난 영향력을 내뿜고 있다. 사실 시즌 전 이 선수들에 대한 전망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토종 선수들을 기술로 압도할 것이라는 것과, 한국 농구에 적응이 힘들 것이라는 걸로 나뉘었다. 하지만 현 시점 결과는 전자가 결과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 개인 성적 뿐 아니라, 팀 성적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필리핀 선수를 영입하지 않은 수원 KT, 서울 SK 두 우승 후보들은 최하위인 9, 10위에 처져있다. 허 웅, 이승현을 동시 영입한 전주 KCC도 2승4패로 힘들다.
필리핀 선수들의 연봉은 1억원 초반대에서 2억원 정도로 형성됐다. 최고 연봉자가 KGC 아반도인데, 보수 총액이 2억3700만원으로 발표됐지만 계약 기간 등 세부 사항을 따지고 들어가면 2억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선수들의 활약도와 몸값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다. KBL 고액 연봉 가드들의 면면을 보자. 서울 SK 김선형 8억원, 전주 KCC 허 웅 7억5000만원, 창원 LG 이재도 6억원, 대구 한국가스공사 이대성 5억5000만원, LG 이관희 5억5000만원, 서울 삼성 김시래 5억원, 원주 DB 두경민 5억원, 고양 캐롯 한호빈 3억8000만원이다. '헉' 소리 나는 금액이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아바리엔토스보다 월등히 나은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구단이 보는 시각도 비슷, 아니 더 정확할 것이다. 필리핀 선수들을 영입하는 게 훨씬 현명한 일이라는 판단이 서면, 토종 가드들의 몸값 거품 빼기에 구단들도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왜 필리핀 선수들을 데려와 우리 밥그릇을 빼앗느냐"고 불평을 하기 전, 냉정하게 자신들의 몸값 대비 실력을 평가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