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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불만'에 애태우던 마레이, 달라진 이유?…'여보, 내가 보고 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2-10-26 16:51 | 최종수정 2022-10-27 06:24


LG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가운데)가 24일 수원 KT와의 경기 도중 크게 넘어지자 정희재(왼쪽) 등 동료 선수들이 달래주고 있다.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아내 덕에 달라졌어요."

창원 LG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30)가 달라졌다. 경기 중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일이 확 줄었다. 지난 2021~2022시즌부터 한국 무대에 데뷔한 마레이는 큰(2m6) 신장을 앞세운 골밑 강자로 군림했다. 인사이드 경합에서 우월한 리바운드 능력과 득점력을 과시해 팀 동료들은 '비스트(괴물)'라고 불렀다.

그 이면에 '옥에 티'가 있었다. 경기 중에 판정에 평정심을 잃는 경우가 잦았다. 또 다른 '비스트'로 돌변하는 바람에 경기 흐름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상대의 집중 마크와 거친 수비는 인사이드 능력이 출중한 센터들의 숙명이다. 상대 선수와의 접촉이 더 많은 만큼 판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마레이는 한국 농구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데다, 판정 항의를 길게 끌고 가는 바람에 구단 관계자들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평소 선수단 생활에서는 역대 외국인 선수 중에 가장 착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마레이가 코트에서는 변해버리니 더욱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마레이는 2021∼2022시즌 모든 선수 통틀어 가장 많은 테크니컬파울(4개)을 받았다.

그랬던 마레이가 2022~2023시즌 들어 놀라운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4일 벌어진 수원 KT와의 홈경기(85대66 승)에서 나왔다. 23-12로 앞선 1쿼터 종료 1분19초 전, 마레이가 KT 용병 이제이 아노시케와 인사이드 자리 경합을 하던 중 코트 바닥에 나뒹굴었다. 마레이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깜짝 놀라 달려간 동료 선수들에 둘러싸여 한참 분을 삭이는 듯 하더니 코트 바닥을 손바닥으로 '쿵' 내리쳤다. 테크니컬파울 판정이 나왔다.

아노시케의 파울로 넘어진 걸 심판 못봤다고 억울해하는데 테크니컬파울까지 받았으니 구단 관계자들은 또 긴장했다. '마레이 또 흥분하면 기선제압 해놓은 거 망칠텐테….' 그런데 이게 웬걸. 그걸로 끝이었다. 이후 마레이는 예전처럼 심판을 향해 계속 징징거리지도 않고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구단 측에 마레이가 달라진 비결을 물었다. 관계자는 "관중석에 아내가 와 있었다"며 웃었다. 이날 관중석에는 돌 지난 아들을 안고 마레이의 아내가 관전하고 있었다. 마레이가 넘어졌을 때 벌떡 일어난 그녀는 레이저 눈길을 쏘듯 마레이를 계속 응시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당신, 여기서 또 사고 치면 집에 가서 혼날 줄 알아'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마레이가 지난 시즌 판정에 평정심을 잃는 경우가 많아 구단이 힘들어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아내가 마레이에게 따끔하게 타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었다.

마레이는 소문난 '애처가'다. 작년 터키리그를 끝낸 뒤 코로나19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한 아내의 권유로 한국에 왔다. 미국 거주 중 출산이 임박한 아내가 둘째 아들을 한국에서 낳고 싶다고 하자 작년 8월말 입국했다. LG 구단은 다른 9개 구단의 양해를 얻어 마레이의 조기 입국 허락을 받아주기도 했다.


마레이는 한국이 좋아서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창원 오피스텔에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 입장이 시행되던 지난 시즌에는 "폐를 끼칠 수 없다"며 가족을 데려오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 입장 제한이 풀리자 항상 '가족 동반'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 시즌처럼 판정 항의로 가슴 졸일 일이 확 줄었다. 아내가 옆에서 '집중케어'를 해주니 든든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시 아내의 힘은 위대하다"며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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