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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감독, 이근휘 떠올리며 울었던 사연…위기에서 얻는 KCC의 소득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2-10-24 15:47 | 최종수정 2022-10-25 06:00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늙었나? 자꾸 눈물이…."

한때 '호랑이'라 불렸던 전창진 전주 KCC 감독(59)을 울린 선수가 있다. 프로 3년차 이근휘(24)다. 전 감독은 23일 안양 KGC와의 1라운드 4차전(99대93 승)을 치른 뒤 가졌던 공식 인터뷰의 후일담을 소개했다. 이날 경기 'MOM(맨 오브 더 매치)'이었던 이근휘에 대해 얘기할 때 사실 울었다는 것이다.

"근휘를 칭찬하려고 얘기를 꺼냈다가 그동안 그 친구가 어린 나이에 겪었을 마음고생과 코칭스태프가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보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 순간 울컥하며 목이 메이는데, 청승맞게 보일까봐 몰래 참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그럴 만했다. 이근휘는 KCC가 최근 시즌 초반 최대 위기를 극복하는 동안 절망 속에서 찾은 희망이자 소득이었다. 사실 이근휘는 그동안 전 감독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하계훈련의 지옥이라는 크로스컨트리 체력훈련에서 1∼2위를 도맡을 정도로 체력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 투입되면 망치기 일쑤였다. 슈터가 슛을 쏘지 못한다는 소리를 다반사로 들었다. 슛이 안되면 수비로라도 만회해야 하는데 위치를 잡지 못하고 구멍을 내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야단만 칠 수 없었다. 성격이 너무 순한 데다, 훈련 태도도 1등급이어서 자꾸 미련을 갖게 했다. 결국 이번 시즌 개막 1, 2차전을 치르면서 코칭스태프는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 출전 기회를 줬지만 여전히 슛을 쏘지 못하고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였다. 전 감독과 코치들은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홈 개막 3연전을 앞두고 회의를 한 끝에 이근휘를 엔트리에서 빼기로 했다. 차라리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근휘가 지난 여름 태백 전지훈련 크로스컨트리에서 1위로 결승점에 도착한 뒤 땀을 닦고 있다. 태백=최만식 기자

23일 안양 KGC와의 경기에서 리딩가드 역할을 하고 있는 KCC 신인 송동훈. 사진제공=KBL
그런데 최형길 단장이 "한 번만 더 기회를 줘보자"고 전 감독을 설득했다. 선수 출신인 최 단장은 과거 원주 TG의 황금기, 전주 KCC의 우승을 총 지휘하는 등 농구 보는 눈이 남다른 전문가이자 전 감독의 '정신적 지주'다.

결과적으로 최 단장의 '촉'이 맞았다. 이근휘는 22일 울산 현대모비스전(88대89 패)부터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할 조짐을 보이더니 절체절명의 KGC전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3점슛 7개를 포함, 23득점-5리바운드-1어시스트로 '커리어하이'를 작성했다.

전 감독은 "위기에서 근휘가 일등공신이 된 게 더 고무적이다. 자신감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고, 이근휘는 "(허)웅이 형은 엄하게, (박)경상 형은 길을 가르쳐 주듯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등 믿고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근휘와 함께 얻은 소득이 또 있다. 신인 송동훈(22)의 대박 예감이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뽑힌 송동훈은 작은 키(1m74)의 우려에도 최근 2경기에 출전해 전 감독과 구단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신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전투력과 과감한 공격, 수비 적극성 등 '물건 탄생하겠네'란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구단 내부에서는 "이근휘과 송동훈을 합쳐 놓으면 최고의 '인간병기'가 될 것"이라는 촌평이 나온다. 생물학적으로 합칠 수는 없지만 함께 조직생활하면서 서로 닮아가길 바랄 뿐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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