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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우승 후보, 다 졌네.
그런데 이번 시즌 출발이 재밌다. 우승 후보로 지목받은 팀들이 첫 경기를 모두 패한 것이다.
개막 전 열린 미디어데이. 10개팀 감독들은 자신의 팀을 제외하고 우승 후보를 꼽았다. 그 결과 수원 KT가 5표,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가 3표를 받았다. 양강 형성. 여기에 선수 구성이 좋은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원주 DB도 1표씩을 획득했다.
우승 후보라고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없다. 네 팀이 나란히 진 것도 확률상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골치가 아파진다.
먼저 KT는 스타 허 훈이 군 입대로 빠졌음에도 가장 강력한 팀으로 주목을 받았다. 서동철 감독도 개막전을 앞두고 부상 선수가 없다며 쾌조의 스타트를 자신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의 탄탄한 조직 농구에 대처가 안됐다. 허 훈이 없으니, 승부처에서 해결을 지어줄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SK 역시 마찬가지. 부상으로 빠진 MVP 최준용도 문제였지만, 포워드 라인 안영준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공-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던 안영준이 군 입대로 빠지자, 조직력 측면에서 뭔가 헐거워진 느낌을 줬다.
가스공사는 야심차게 영입한 이대성이 홀로 '원맨쇼'를 펼쳤지만, 이는 함정이었다. 경기 전 "이대성이 50점을 넣어도 좋다"던 KCC 전창진 감독의 말이 딱 들어맞았다. 이대성이 가는 팀들의 공통된 고질이다. 이대성 외에 다른 선수가 살아야 경기를 가져올 수 있다.
DB는 앞선 두경민, 박찬희 결장이 결정타였다. 두 사람 모두 언제 복귀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개막전에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스포츠는 반전이 있어야 보는 재미가 있다. 어느 한 팀의 독주 체제, 이미 순위가 정해진 듯한 분위기 속에서는 흥미가 떨어진다. 우승 후보로 꼽히지 못했던 팀들이, 칼을 갈고 상위권 후보들을 계속 잡아주면, 이야깃거리가 더욱 풍성해지는 KBL이 될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