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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값진 1승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있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22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5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은 A조 6개팀 중 1승4패로 5위. 각 조 4위까지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손에 쥐지 못했다.
물론 쉽지 않은 대회였던 것은 맞다. 한국은 개막 전부터 부상에 신음했다. '보물센터' 박지수(KB)가 공황장애로 참가하지 못했다. 배혜윤(용인 삼성생명) 최이샘(아산 우리은행) 등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이기주의'가 발동했다는 뒤숭숭한 소문도 돌았다. 행정면에서도 스쿼드에서도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장의 A관계자는 "농구인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 행정부터 모든 것이 문제였다. 더 이상 선수들에게 '정신력으로 이겨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최소한 가슴에 '코리아'를 달고 코트에 들어간다면 무기력하게 패해선 안 된다. 경기 내용에 온도차가 무척 컸다. 해외 전지훈련도 더 하고, 연습경기도 더 많이 하고, 어린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B관계자도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경기를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했지만, 우리보다 더 잘하는 팀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을 대표해서 나간 선수들이다. 무기력하게 패해선 안 됐다. 수비에서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 당일 컨디션만으로 경기를 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어린 선수들의 희망이다. 박지현(우리은행) 역시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긴 시간 출전한 것은 아니지만 이소희(부산 BNK) 허예은(KB) 등은 미래 희망을 키웠다. 정 감독 역시 "강이슬 박지현이 국제무대에서도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쳐줬다. 허예은 이소희 같은 막내들은 이런 대회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자신들이 어떤 점을 발전시켜야 할지 느꼈을 텐데, 이점이 또 다른 수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관계자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현실의 벽을 느꼈다.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사실 우리는 매년, 매 대회 성적을 내려한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 욕을 먹기 때문에 주저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한다. 플랜을 가지고 가야한다. 옆 나라인 일본과 중국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