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군산으로 '잠깐 이사' KCC '무관중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12-22 06:00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무관중이라도 좋아."

지난 20일 밤 원주 DB와의 홈경기를 마친 전주 KCC 사무국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전주실내체육관 내 구단 사무실 앞은 이삿짐으로 가득했다. 사무국 직원들은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사무비품, 응원도구 등 이삿짐을 챙기느라 땀을 흘렸다.

아닌 밤중에 왠 소란일까. 제2의 홈구장 군산 월명체육관으로 잠깐 '이사'갔다 온단다. KCC는 2014년부터 인근 지역 저변확대와 팬 서비스를 위해 매시즌 3경기를 군산에서 치른다.

올 시즌에는 22일 서울 SK전을 비롯해 2021년 1월 2일, 10일 울산 현대모비스, 인천 전자랜드전이 잡혀 있다.

사실 냉정하게 손실을 따진다면 군산으로의 임시 이사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주에서는 관중 10%라도 입장이 가능하지만 군산에서는 무관중으로 치러야 한다. 군산시 측이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방역과 안전을 위해 무관중 경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열린 MG새마을금고 KBL컵 대회. 사진제공=KBL



최근 1주일 새 4경기의 강행군을 하고 있는 선수단에게도 타 지역으로 또 이동하는 게 적잖이 피곤한 일이다. 사무국 직원들 역시 군산 경기가 띄엄띄엄 배치된 바람에 또 이삿짐을 들고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그런데도 KCC 직원들은 '군산행'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식당들이 오후 9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경기 후 서둘러 식사부터 해야 하는 데도 저녁도 거른 채 싱글벙글 짐을 날랐다.

조진호 사무국장은 "군산시가 과거 KCC 경기를 유치할 때 보여 준 성의를 생각하면 이 정도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군산시와 군산의 농구팬들과 맺은 약속을 매년 지키는 일이라 오히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과거 KCC의 연고지 이전을 간청할 정도로 농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인구수가 전주에 비해 너무 적어서 '군산 KCC'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1회성 군산 방문경기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고.

조 국장은 "군산 방문 초기에 비하면 한결 좋아졌다. 지금 이 정도 이삿짐은 짐도 아니다"며 되레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과거에는 월명체육관 내부 설비가 부족해서 이사업체 트럭을 불러 선수단 벤치와 코트 근접 연간회원석의 의자 등을 일일이 들고 다녔다는 게 조 국장의 설명이다.

KCC 직원들이 군산행을 반기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이른바 '약속의 땅'이다. 2013∼2014시즌부터 지금까지 총 24차례 군산 경기를 치렀는데 승률이 62.5%(15승9패)다. 같은 기간 KCC의 전체 홈경기 승률이 54.6%(106승88패)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승률이다.

이번 군산 경기에서 KCC는 SK를 상대로 4연승에 도전하는데 상대가 SK라는 점도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역대 군산 SK전에서 2014년 12월 29일 처음 패한 이후 3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KCC 직원들이 "군산 가서 좋은 기운 받고 돌아오겠다"며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